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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어린 시절은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가 느끼는 모든 정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감정과 태도는 친구, 동료, 배우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녀들과의 관계에도 실제로 자주 영향을 끼치고 그 관계를 지배한다.
이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이 인생 전체를 통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 W. 휴 미실다인의 '몸에 밴 어린 시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부모의 특정한 태도는 처음에는 어린이에게 나중에는 어른에게 정서적인 장애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완벽주의', 어린이가 평소 행동하는 것보다 더욱 성숙하게 행동할 때까지 인정을 유보하는 부모에 의해 생겨난다. '강압', 부모는 끊임없이 경고하고 지시하며, 자녀를 통제하고 감독한다. 어린이 스스로 발전해 나가며 나름의 관심사를 창출하고 추구하는데 이 필요성이 무시되면 외부의 지시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유약', 부모가 자신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희생하면서까지 자녀의 성숙하지 못한 변덕과 요구를 들어준다. 이러한 태도는 자녀를 '상전'으로 부모를 '종'으로 만든다. 어린이는 부모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더 많이 요구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방임', 이 태도를 지닌 부모는 자녀의 요청이 없어도 선물이나 옷을 끝없이 사 주거나 자녀를 위해 봉사한다. 결국 그칠 줄 모르는 풍요에 지겨워하고 살맛을 잃은 듯한 행동을 보인다. '건강 염려증', 건강할 때조차도 신체 기능에 병적으로 관심을 집중하는 부모의 태도는 자녀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부모의 지나친 걱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픔을 과장하여 부모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거나 활동을 면제받고 불참해도 되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응징', 흔히 완벽주의나 강압적인 태도와 연결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응징을 지향하는 부모는 징벌을 결정하는 데에 자녀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 곧 자녀에 대한 개인적인 적개심과 공격 성향을 드러낸다. '방치', 부모가 없거나 지나치게 바쁜 데서 기인하는 태도로서 자녀를 위해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않는다. 이 경우 대개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하다. '거부', 어린이에게 가족 집단 안에 수용될 틈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이는 극심한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을 평가 절하하는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이제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부모의 태도가 지나치게 사용될 때 정서적으로 병적이거나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밝히면서 어른이 된 후에도 이러한 양육 태도로 인해 생긴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정서적 부모 역할을 스스로 해나간다면 과거에 구애되는 일 없이 어른으로서 적절하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인생의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자유와 활력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선언을 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많이 접하는 정보들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어딘가를 가야하고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며 어떤 음식을 먹고 사진으로 남기면서 그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만족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1년 365일 동안 '가족 상호 간에 어떻게 관계하는지, 서로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가 아닐까.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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