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지역 청년이 행복한 지방시대를 희망하며

  •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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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5  |  수정 2023-05-15 07:00  |  발행일 2023-05-15 제26면
사회·문화·교육 수도권 집중

동등한 기회와 효능 부족한

정부가 내미는 냉혹한 현실

지방 청년, 당당한 국민으로

어디든 차별 없는 시대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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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 대구대 총장

신록의 계절 5월이 되면서 지역 축제가 연달아 열리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주춤했던 축제가 코로나19가 종식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한다.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주제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자리를 만들 뿐만 아니라 경향 각지로부터 오는 손님맞이로 활기를 띤다. 좋은 계절에 축제를 여는 일은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캠퍼스마다 한동안 억눌렸던 청년 문화에의 열망이 폭발하듯 분출하고 있다.

지역에서 대학 축제는 대학만의 행사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지역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청년 문화의 장으로서 각별한 관심사가 되곤 한다. 학생자치기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청년다운 축제를 고민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한다. 건강한 학생 활동과 대학 문화를 지원해 온 대학도 학생들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정부도 대학 축제를 지역 청년 축제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축제 내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저마다 성황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끼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가 다양하고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무한 경쟁에 내몰려 온 청춘들이 열기를 분출하는 모습에 대견할 따름이다. 그런데 해마다 축제가 열릴 때면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대중 연예인의 면면에 집중된다. 대중적 인기를 가진 연예인이 출연하느냐 여부에 따라 축제의 성패를 말하기까지 하는 현실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일각에서는 대학 문화가 통속화되고 상업화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선뜻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지방에서 청년 학생들에게 통속적이지 않은 고급스러운 문화를 누릴 기회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축제가 아니면 지금의 청년세대가 열광하는 대중 연예인의 공연을 직관할 기회가 과연 있을까 묻는다면 누구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 대학은 더 비싼 비용을 내고 학생들의 관심과 기대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에서는 지금은 지방시대라고 말한다. 작금의 대학 축제를 보면서 우리 청년 학생들이 전국 어느 곳에 살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당당하게 누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 취업과 정주 여건, 고등교육의 기회에 대해서는 여기서 새삼 말하지 않겠다. 지금 청년세대가 누리고 싶은 문화적 기회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방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지역마다 어려운 여건에도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문화계와 사람들이 있지만 지역의 현실은 여전히 역부족이다.

지방의 청년 학생들은 서울로 가면 당연히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나은 문화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지방에서 서울에 진학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상경하면 서울 출신이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지방 출신 청년들은 수도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주거와 생활에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금수저가 아니라면 문화는 언감생심이다. 지방 청년들이 지방에 살자니 기회가 적고 서울로 가자니 힘에 부치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지방시대의 냉혹한 현실이다. 청년들이 어디에 살든 동등한 효능감을 가질 수 있고 차별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지방시대를 희망해 본다.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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