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밤꽃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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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3 06:58  |  수정 2023-06-13 06:58  |  발행일 2023-06-13 제23면

충남 공주 정안면은 밤 생산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주말에 서해안으로 향하면서 이 지역을 지나갔다. 차 안에서 보니 웬만큼 완만한 산지는 온통 밤나무로 뒤덮여 있다. 신록의 계절인 요즘 소나무·참나무로 이뤄진 숲은 온통 짙은 초록이다. 꽃이 만발한 밤나무 숲은 그것들과 대조를 이뤄 확연히 구분된다. 밤나무는 숲을 이루는 경우뿐만 아니라 잡목 숲속에 홀로 서 있어도 꽃이 피는 이 계절에는 눈에 잘 띈다. 꽃이 유백색이면서 만발하면 수관을 모두 덮기 때문이다.

이처럼 꽃이 워낙 눈에 잘 띄어서 밤나무는 이 계절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설사 꽃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특유의 향기 때문에 유백색 꽃이 만발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눈에 잘 띄고 비릿한 향기를 내뿜는 꽃은 수꽃이다. 그 짙은 향기를 근거로, 밤꽃은 남성의 상징이며 옛말에 '밤꽃향을 맡은 뒤 얼굴을 붉히는 여자는 처녀가 아니라고 했다'고 하나 정말 옛말인지 최근에 누가 지어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드러내놓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수꽃과 달리 암꽃은 너무 작아 존재감이 없다. 수꽃 꽃차례가 시작되는 곳에 어린 밤송이 모양을 하고 함께 달리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 이상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꽃이나 열매가 달리지 않은 계절에 숲에서 밤나무를 만나면 같은 과(科)의 다른 참나무와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수피나 잎의 모양 등 여러 상이점이 있으나 잎에 난 침으로 구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나무 잎의 침은 투명하나 밤나무의 침에는 엽록소가 있어 녹색을 띤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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