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박순진 대구대 총장
  • |
  • 입력 2023-06-19  |  수정 2023-06-19 07:18  |  발행일 2023-06-19 제26면
여러 이슈 둘러싼 우리 사회

상대 적대시가 일상 다반사

공동체 뒤흔드는 갈등·균열

사회 주도하는 유력자부터

대립·반목 완화에 앞장서야

[아침을 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모름지기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의 일상사도 그렇거니와 크고 작은 조직에서 사람들이 힘들여 추진하는 일들을 보면 애초에 의도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들여 노력한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결과가 의도한 대로 좋게만 나타나지도 않는다. 많은 일에서 사람들이 가진 좋은 의도는 겉으로 드러나지조차 않는다.

일의 진행이나 결과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를 정당하게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하겠지만 모든 일이 항상 공정하게 평가받지는 못한다. 때로는 기대 이상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많은 일에서 관여한 사람들의 좋은 의도는 외면받고 일의 경과와 진행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가혹한 평가로 사람들이 상처받기도 한다. 세상의 부정적 평가를 마주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세상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항상 정확하거나 객관적이지는 않다.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항상 공감적이거나 우호적이지도 않다. 사람마다 사회적 지위가 달라서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상충하므로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제각각이거나 일에 대한 평가에서 여러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종종 현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기도 하고 상황을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되게 인식하기도 한다. 정보가 비대칭적이거나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항상 정확하지 않고 때로는 편향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여러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잘 드러난다. 자신은 법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타인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거나 자기가 사는 동네는 안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동네는 불안하고 전국적으로도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태도가 우세하다. 자신과 주변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대하고 우호적으로 평가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야박하게 대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 여러 이슈를 둘러싸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정치인과 관료들까지 나서 편을 나누고 상대를 적대시하며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내가 하면 문제가 없지만 남이 하면 문제라는 식의 태도가 널리 퍼져 있다. 사회 곳곳에서 분열과 적대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다. 상대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부정확하고 편향된 인식이 횡행하여 사회를 가로지르는 심각한 적대와 균열이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공동체적 가치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누군가의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적대적 태도는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상황을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국민과 시민을 해치려는 정치인과 관료는 단연코 없을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유력자들은 공익을 위한 선의와 노력을 왜 몰라주나 하는 야속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세상사 내 뜻대로만 되지도 않고 선의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갈등과 적대가 횡행하는 시대일수록 사회를 주도하는 유력자들이 대립과 반목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먼저 이해하는 관용이 절실히 필요하다.박순진 대구대 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