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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년간 무호적 상태의 강모 할머니가 생애 첫 주민등록증 취득을 위해 경북 안동시 서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안동시 제공 |
경북 안동시 희망복지지원단은 수십 년간 호적 없이 살아온 할머니의 주민등록증을 신규 발급 신청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원단은 지난 8일 안동시 서후면 강모 할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등록하고, 주민등록증을 신규 발급 신청했다.
강 할머니는 지난 80여 년간 호적이 없어 은행·병원·공적 지원금 등 국민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먹고살기 바쁘고 주변에서 도와줄만한 사람도 없어 호적 찾기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강 할머니의 이 같은 처지는 지난해 10월 안동시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인 한 이장의 의뢰로 알려졌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姓)·본(本)·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 신청이었다.
안동시와 서후면 행정복지센터는 수차례에 걸친 상담을 통해 희미한 강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려 기초를 작성하고,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을 찾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는 등 관련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강 할머니는 올해 4월 가정법원에 성·본 창설허가 서류를 접수하고, 관련 기관(경찰서·민원부서 등)을 방문, 서류를 보완하는 등 행정적 절차를 밟아 지난 8일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강 할머니는 "80여 년 평생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생애 첫 통장을 발급받아 너무 기뻐 눈물이 났다"며 도와준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앞서 시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기 전인 지난 4월에 선제적으로 사회복지 전산번호를 부여해 생계·의료급여, 기초연금을 타인 명의 통장으로 지원했다.
정진영 사회복지과장은 "앞으로도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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