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현대 예술, 정답과 오답이 모호한 세계…예술 세계서는 틀린 사람 없고 그 무엇도 틀린 것이 없다

  • 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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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7  |  수정 2023-07-07 08:09  |  발행일 2023-07-07 제37면

아프리카미술특별전
아프리카미술특별전에 전시된 작품.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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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인간은 본질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특히 더 이런 경향이 짙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 즉 '스스로 이해하거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편함,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이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왜 이런 현상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질까? 한국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고, 반드시 나름의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이다. 현대 음악 연주, 다원예술 등 '낯선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강연이나 인터뷰를 할 때 한국 사회가 '정답과 오답이 분명한 사회'라고 종종 표현한다.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은 '질문하지 않는 한국'에 대한 비판과도 연결이 될 듯하다. 2010년 G20 서울 정상 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후, 한국 기자들 어느 누구도 오바마에게 질문하지 않아 화제가 되었던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질문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부족한 지식이나 이해력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과 연결된다. 공동체 중심의 한국 사회는 개인의 생각,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공동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요소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개인의 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동체 중심 사회로 여러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다른 것은 곧 잘못된 것과 유사한 성격으로 정의되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또한 한국 문화에서는 상위자나 권위자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강조되어 사람들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지시에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교육 체계는 지식 전달과 교사의 지시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학생들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교사의 지시나 설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문화가 모두 우리 사회의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에 적극적이고 노력과 헌신에 대한 가치,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점들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 할 때, 현대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필자가 나름 찾은 결론은 현대인의 생각과 삶을 좀 더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음악을 포함한 서양의 예술은 기존의 규범과 형식을 벗어나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형태로 많이 드러났지만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런 현상이 부각되었다. 이는 유럽의 여러 혁명을 통한 정치·사회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고, 이런 변화는 점점 개인의 개성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규범과 질서보다 개인의 정체성, 독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민주주의, 인권과 평등 중심의 가치 전환은 현대 예술에 자유라는 개념을 불러일으켰고 예술가들은 점점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문화, 인종, 성별, 성적 정체성 등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 받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고, 이는 예술의 경계를 넓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이후의 예술은 "예술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예술의 흐름은 정답과 오답이 모호한 상태로 흘러왔고 이제 더 이상 예술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이 세계 안에서는 그 누구도 틀린 사람이 없고, 이 안에서는 무엇도 틀린 것이 없다. 현대 예술은 잘 몰라도 그 자체로 경험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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