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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
누군가 와서 '문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 문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쓰는 걸 보면 세상만사 모든 것이 문화다. 그 방대한 줄기를 모두 다룰 순 없으니 여기 짧은 글에선 공연, 전시, 여행, 축제와 같이 즐길 거리의 총체를 문화라고 칭해두자. 그러고는 이런 물음을 던져본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 문화를 걷고, 문화를 먹어본 적이 있는지? 걷는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 너무도 일상적인 행위라 특별할 게 있느냐마는 그 대상이 문화가 된다면 꽤 낭만적이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길을 따라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문화에는 얼마나 많은 길이 있는가. 오페라, 뮤지컬, 영화, 콘서트와 같은 길이 있고 미술관, 박물관, 고전미술, 현대미술, 회화, 조각, 서화와 같은 길이 있다. 또 그 길들은 매 공연, 전시마다 서로 다른 갈래의 길로 이어진다. 여행과 축제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교통수단을 타고 원하는 풍광을 찾아, 가고자 하는 여행지로 나서는 길이 있고 자그마한 마을 축제부터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하는 대형축제까지 각종 페스티벌에 흠뻑 취해 보는 길이 있다. 그렇게 수백 가지 각양각색으로 난 문화의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길목마다 자신의 취향 이정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먹다'의 사전적 정의가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하여 배 속에 들여보낸다'이니 문화를 먹는다는 것은 '오감을 통해 맛보며 문화를 마음속에 들여보내는 것'일 테다. 장르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찬(正餐)이나 만찬 같은 문화가 있고,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브런치(brunch) 같은 문화도 있다. 또한 각각의 문화는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으니 그 특유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아는 맛이거나 낯선 맛일 수도 있고, 입맛에 맞거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스스로 변화무쌍한 문화 탐미가가 되어 자신의 취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화의 맛을 조합해 보는 것이다.
대구에는 여느 도시 못지않게 많은 문화 생산자들이 있다. 그들이 창작하는 높은 품질의 콘텐츠가 곳곳에 쏟아져 나온다. 매일이 다른 길이고 다른 맛이다. '문화를 걷고, 문화를 맛보는 것', 그 단순하지만 색다른 경험이 팍팍하고 밋밋한 삶에 찌릿한 자극제가 될지 모른다. 계획 없는 주말이든 어느 소소한 평일이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 문화를 걷고 문화의 맛을 느껴보시라. 시작은 어렵겠지만 피곤함을 잠시 벗어두고 문화적 취향을 찾아 나선다면 바야흐로 진정 문화를 누리는 새로운 삶이 열릴 것이다.
신민건〈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신민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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