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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설치미술작가 |
우리는 '건축가'는 '예술가'라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건축가'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건축과가 공대 소속이기에 고교 시절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특히 수학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건축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건축가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건축학 전공자만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과거에는 예술, 디자인, 건축 분야의 영역을 하나로 여겼기에 예술의 영역이 지금보다도 훨씬 컸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천재 예술가는 '천지 창조'와 '최후의 심판'과 같은 최고의 페인팅 작품을 남겼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조각가라고 주장하였고, 그는 르네상스 건축의 궁극적 야심작이었던 성 베드로 성당의 주요 설계와 건축 책임을 맡으면서 건축가로서도 명성을 날리며, 그의 미적인 감각과 비례감은 여러 영역에 영향을 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어떠한가? 그의 직업을 보면 화가, 조각가, 건축가 외에도 발명가, 해부학자, 천문학자, 도시계획가 등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대성당은 1296년 착공된 이후 성당의 초대형 돔(Dome) 지붕을 1418년까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당시 경험이 많은 건축가들은 기술적(공학적)으로 그렇게 큰 돔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였지만 약 100년이 지난 후 누구도 시작하지 못했던 초대형 돔을 금 세공인이었던 브루넬레스키가 독학으로 창안한 새로운 건축공법으로 그 돔을 완성했다. 브루넬레스키가 스승도 없이 스스로 연구해 지금 기술로도 쉽지 않을 만큼 초대형 돔을 완성했다는 것은 학교에서의 배움을 넘어선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 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만이 가진 특징은 아니다. 일본의 안도 다다오 역시 건축가가 되기 전에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로 일했고,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이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지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말하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다.
건축은 기술력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유용성, 견고함,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소통, 환경의 변화까지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나 현대 건축에는 구조 공학과 재료 공학 그리고 수많은 공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건축학(Architecture)을 공학(Engineering) 중심이 아니라 예술(Art)의 한 분야로 보면 사정은 다르다. 철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예술가와 엔지니어의 협업이 이뤄지고 종합예술작품(건축물)이 탄생한다면, 단지 건물을 짓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세계 건축계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현<설치미술작가>

박정현 설치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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