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우복동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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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5  |  수정 2023-08-15 06:33  |  발행일 2023-08-15 제23면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 나오는 우복동(牛腹洞)이 경북 상주와 문경의 경계인 청화산 자락에 있다. 상주는 화북면 용유리라고 주장하고 문경은 농암면 내서리가 십승지의 하나인 우복동이라고 한다. 십승지는 정감록(鄭鑑錄) 등에 나타나는 '전란 등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자 이상향을 의미했다. 우복동은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소 배 속같이 편안한 곳을 일컫는다.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자리한 문경은 여러 가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꼽혔다. 지형적 조건 때문에 큰 가뭄이나 폭우에서 늘 비켜나 있었다. 강력한 태풍도 문경을 지나갈 때쯤이면 세력이 약화되는 것이 당연했다. 비구름도 발달해 여름이면 적당한 비가 내려주었다. 지난달 집중호우는 무려 43년 만에 문경지역을 강타한 자연재해였다. 1980년 큰 홍수로 문경시 가은읍과 농암면 일대가 물바다가 됐을 때 이후 처음 겪은 물난리였다. 이러다 보니 40년 이상 뉴스의 기상재해는 남의 이야기였다. 매년 전국이 가뭄으로 목말라 할 때도 문경의 주요 댐은 물이 그득한 수준이었고 계곡은 물놀이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문경의 풍족한 물 사정이나 내륙에 들어서면서 약해진 태풍으로 외지에서 문경에 온 사람들은 "문경은 우복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살기 좋은 동네라는 말은 비슷하지만, 폭우나 가뭄 등 비 피해가 거의 없다는 의미의 우복동(雨福洞)으로 불렀다. 이상 기후로 올해 같은 기상 이변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문경은 본래 의미의 우복동(牛腹洞)이나 다른 뜻의 우복동(雨福洞)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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