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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깊은 주제·실험적 연출
될성부른 감독 작품 만날 기회
카페서 열리는 포스터展 추천
짧을수록 좋다. 15년 전 나는 민음사 박맹호 회장님께 결혼식 주례를 부탁드렸다. 40여 년을 수많은 글과 함께 살아온 출판인의 주례사는 딱 3분 만에 끝났다. 그때의 '초단편' 주례사는 참석한 손님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짧은 글도 좋다. 바쁘게 사는 독자는 짧고 명료한 글이 고맙다. 잠시나마 위로와 영감을 받는다. 짧은 순간에 자신만의 세계가 열리기도 한다. 잘 쓴 짧은 글은 읽기 쉽지만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짧을수록 창작의 고통은 더한 법이다.
영화가 짧을수록 좋다는 말은 어딘가 억지스럽지만 단편 영화는 '역시' '충분히' 매력 있다. 짧게는 십여분, 길어도 30~40분 러닝타임의 영화가 다루는 장르와 주제의 폭은 넓다. 감독들은 장편 상업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실험적 연출을 시도한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응축된 힘을 쏟아내는 강렬한 현장이다. 대구단편영화제를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를 미리 만나보라는 젊은 영화감독들의 초청문구는 과장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지역 디자이너들과 몇 년 전부터 꾸려오고 있는 부대전시 '디프앤포스터(diff n poster)'를 소개하고 싶다. 저예산 단편영화는 여건상 영화 포스터를 갖기 어렵다. 전시는 여러 지역 디자이너와 예술 창작자들이 영화제 경쟁작의 포스터를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경쟁작 영화를 상영하는 오오극장, 더커먼, 지비마켓에서 46점의 포스터를 만날 수 있고, 롤러커피, 이에커피, 피플스커피, 리시트커피 등에서도 영화 포스터와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대구에 정착한 지 십오 년쯤 되니 어느덧 대구의 더위를 즐기는 지혜가 조금씩 생긴다. 매해 뜨거운 여름, 뜨거운 대구단편영화제가 열린다. 시원한 극장에서! 멋진 카페에서!
정리=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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