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더 넓고, 더 깊어진 대구의 가을 속으로 <1>군위 ②소리없이 익어가는 군위의 가을 어린시절 할머니 댁 정겨움 닮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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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2  |  수정 2023-09-22 07:54  |  발행일 2023-09-22 제12면
팔공산에 먼저 찾아온 가을의 정취

'혜원의 집' 마당엔 밤·감 주렁주렁

대구시민부터 다양한 관광객 발걸음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더 넓고, 더 깊어진 대구의 가을 속으로 군위 ②소리없이 익어가는 군위의 가을 어린시절 할머니 댁 정겨움 닮아
9월 군위 '혜원의 집' 주방 창문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 가을이 찾아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시계는 실로 놀랍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가고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가을은 '대구시 군위군'이 맞는 첫 가을이다. 군위의 가을은 어떨까. 여름과는 또 다른, 어떤 매력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초가을 분위기 가득한 '혜원의 집'

군위군 우보면 미성리, 큰길에서 벗어나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 나온다. 바로 2018년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이 살던 집이다. 지친 일상을 보내다 고향 집으로 돌아온 혜원이 자연과 자기 자신을 가꾸면서 보낸 사계를 담은 영화다.

6월 중순 찾아갔던 '혜원의 집'은 여름이 한창 반짝이고 있었다. 개울가에 자리 잡은 집의 조그마한 텃밭에는 옥수수가 자라고 있었고, 뒤쪽의 산은 녹색 그 자체였다. 당장 자전거를 타고 영화 속 혜원처럼 시골길을 달리며 온 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을 정도로 집 주변은 생명력이 넘쳤다. 사람들은 혜원이 앉아있던 마루에 걸터앉아 땀을 식히며 여름을 만끽했다. 9월 중순 다시 찾아간 그곳에는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 아직 주변 나무의 색은 푸른색이었지만, 곳곳에서 가을이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입구에 자리한 커다란 밤나무에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텃밭 쪽에 있는 감나무에도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여름에 옥수수가 심겨 있던 곳에는 옥수수 대신 떨어진 감들이 있었다. 이제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밤과 감은 가을의 열매. '영화 속 혜원이라면 저 밤과 감으로 어떤 음식을 해 먹었을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원의 집 안에서도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는 주방과 거실의 창문과 문 밖으로 가을이 가득했다. 주방의 아기자기한 창문 밖으로는 마당의 코스모스가 보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여름의 빛과는 사뭇 달랐다. 좀 더 차분해진 느낌이랄까. 방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산도 여름과는 다른 깊이가 있었다. 머지않아 단풍이 지는 것을 방안에서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 인근 명소에 다녀갑니다. 소박한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시원한 대청마루가 좋아요' '영화에서도 예쁜 집, 직접 봐도 예쁘네요'… 여행자들이 남긴 방명록의 글은 지난 여름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온 방문객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혜원의 집을 찾은 이들은 조용히 집 곳곳을 둘러보고 영화 속 혜원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들 역시 조금 이른 가을을 느끼기 위해 그 작은 시골집을 찾은 듯했다.

구미에서 왔다는 한 40대 주부는 "내가 와보고 좋아서 친구·친척들을 데리고 오다 보니 벌써 세 번째 이곳을 찾게 됐다. 개인적으로 소박한 그 영화가 좋고, 영화만큼 소박한 이곳이 좋았다"라며 "가을에 온 것은 처음인데 지난 여름 방문 때와는 분위기가 또 달라진 것 같다. 여기 오면 어린 시절 자주 갔던 할머니 집 생각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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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찾아온 군위 '화본역'.

◆가을 따라 '화본역' 가는 길·깊어진 빛깔 '삼존석굴'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추억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이 많이 찾는 화본역과 화본마을이 있다. 군위의 유명 관광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유명한 장소에서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혜원의 집을 떠나 화본역 가는 길은 마치 가을이 오는 길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길 옆으로 벼가 익어가는 논 풍경이 펼쳐졌고, 대추나무에는 붉은 대추가 하나둘 보였다. 모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초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달리다 보면 금세 화본역과 화본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역시나 그곳은 사람도, 차도 많았다. 여름 무더위가 사그라들고 가을 운치가 더해진 작은 역 앞에서 어르신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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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찾아온 군위 '혜원의 집'.

화본역 인근에는 옛 산성중학교가 있다. 2009년 폐교된 옛 산성중학교는 리모델링을 통해 1960~70년대의 생활상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테마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화본역을 떠나 부계면 남산리에 위치한 '삼존석굴'(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로 가는 길. 농촌마을의 풍광이 팔공산 자락의 풍광으로 변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안개가 낀 산이 이어졌다.

산에는 가을과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 삼존석굴 가는 길은 석 달 전과는 산의 색감부터 달라져 있었다. 여름의 쨍한 색감이 아니라 검은 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트린 듯한 묘한 색감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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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삼존석굴' 주변의 모습.

국보 제109호로 지정된 삼존석굴은 거대한 자연절벽 속에 삼존불을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존석굴은 삼국시대 조각이 통일신라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높은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지난여름에도 삼존석굴 주변은 산자락의 나무와 암석, 계곡이 어우러져 바깥보다 서늘했다. 이번에 만난 삼존석굴 주변의 자연은 가을을 머금은 듯, 보다 그윽해지고 짙어진 빛깔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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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혜원의 집'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여름과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삼존석굴 앞에서 간절히 무언가를 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바위 속 석굴을 향해 손을 모으고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왔다는 50대 부부는 "팬데믹이 끝나고 맞이하는 가을이 너무 반가워서 가을 느낌도 나고 조용히 산책할 곳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곳까지 오게 됐다.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고 나니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확실히 산자락이라서 그런지 조금 일찍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더 깊어져 단풍이 들면 다시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보물 찾는 1코스·운치 가득 2코스·일몰 장관 3코스…취향따라 군위여행 만끽


군위군은 군위읍과 여러 면(面)에 걸쳐 다양한 명소들을 품고 있다. 각각의 장소들은 역사를 담고 있기도, 자연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에 군위군은 위치와 테마 등을 고려해 '코스별 군위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군위여행 1코스'는 김수환 추기경 생가-지보사-사라온 이야기마을-군위향교-법주사-위천수변테마공원-경북대 자연사박물관으로 짜여 있다. 1코스 중 상곡리에 위치한 지보사는 사찰에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해 지보사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첫째 보물은 큰 가마솥이고, 둘째 보물은 천연의 오색 흙, 셋째 보물은 맷돌이라고 전해진다.

'군위여행 2코스'는 한밤마을-삼존석굴-동산계곡-팔공산 하늘정원-화본역-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삼국유사테마파크-어슬렁 대추정원-의흥향교를 둘러보는 코스다. 부계면 대율리에 있는 한밤마을은 전통마을의 정겨움을 만날 수 있는 돌담마을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야트막한 돌담이 낙엽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그 특유의 모습과 정취로 인해 '내륙의 제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군위여행 3코스'는 수태사-화산마을(화산산성)-인각사-일연공원-군위댐-석산리 산촌생태마을로 이어진다. 삼국유사면 화북리에 있는 화산마을은 해발 800m에 있는 마을로, 마을 아래쪽에 화산산성이 있다.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경관과 일출, 일몰이 멋지다고 알려져 있다.

자료= 군위군 정리= 노진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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