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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당직자들이 9일 오후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국힘 "수도권서 60석 확보"
21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정부와 여당은 절대 다수를 차지한 야당으로 인해 중요한 국면마다 수세에 몰리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넘겨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최근 이균용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민주당의 수적 우위에 밀려 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입법도 미완의 상태이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정국 주도권은 야당에 완전히 빼앗기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탓을 하지만, 갖가지 논란에 민심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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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도권이 최대 승부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서 121석 중 103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최소 60석 이상을 확보할 태세다. 인물이 관건이다. 야권에 맞서 민심을 얻을 인사를 내세워야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현재로선 다양성 부족이 지적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의 화합과 유권자의 관심을 끌 정치인을 수도권에 등장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통해 정권 심판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수적 우위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다잡아,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 당은 지금 시스템에 의해서 공천을 하지만,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갖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자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제라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에 동참하지 않으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변수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미리 보는 수도권 총선'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양당 모두 선거 결과에 따라 총선 셈법이 복잡해진다. 국민의힘은 패배할 경우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 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비대위 출범 목소리도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패한다면 지난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재차 흔들릴 수 있다. 강서구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출신인데, 구청장을 여당에 빼앗긴다면 이 대표는 물론 친명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 수세에 몰렸던 비명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 긴장감 팽배 대구경북(TK)
'부산 3선' 하태경 의원이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TK에서는 5선의 주호영 의원과 3선의 윤재옥 원내대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이 좌불안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당 쇄신책으로 꼽혀온 영남권 중진 '수도권 차출론'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수도권 출마 요구가 강하게 터져 나온다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옛 친박(친박근혜)계의 총선 도전 여부도 변수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 출소한 후 사면·복권을 통해 정치적 족쇄가 풀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최 전 부총리가 등판할 경우 탄핵 사태 이후 구심점을 잃은 옛 친박계가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부총리는 최근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 '보수통합'을 역설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고향인 영주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끈다. 유 변호사는 대구 달성 또는 서구에 출마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TK 정치권은 이달 중순 시작되는 국민의힘 고강도 당무감사에 관심을 쏟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사실상의 예비 공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 "하위 20%는 컷오프 대상이 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다. TK 현역 의원 가운데 5~6명이 당무감사를 통해 컷오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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