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빛 공장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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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0 07:02  |  수정 2023-11-20 07:00  |  발행일 2023-11-20 제23면

'철의 도시' 포항은 '불빛도시'로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호미곶의 일출은 '자연의 불빛'이고, 포스코의 용광로는 '산업의 불빛'이며,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는 '첨단의 불빛'이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이 같은 의미와 이미지를 담은 대형 이벤트로, 포항을 가장 잘 표현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첨단의 불빛'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방사광가속기는 '빛 공장'으로 불린다.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나가면 힘을 받아 휘어지며, 이때 빛이 나온다. 이 빛이 방사광이다. 카메라가 빛을 이용해 사진을 찍듯,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을 이용해 아주 작은 물체를 촬영한다. 방사광은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까지 넓은 파장대에서 빛이 세게 뿜어져 나와 연구에 활용하기 좋다.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현재 국내 유일의 '빛 공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3세대는 1995년 세계 5번째(국내 최초)로 완공됐고, 4세대는 2016년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설치됐다. 여기서 나오는 빛은 태양보다 100경(京·10의 18제곱)배 강렬하고, 파장은 0.1㎚(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매우 짧다. 3세대가 원형이라면 4세대는 선형으로 길이가 1.1㎞에 이른다. 3세대는 나노초(10억분의 1초), 4세대는 이보다 수만 배 짧은 수십 펨토초(1천조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최근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료 상승으로 방사광가속기의 운영을 단축했다는 보도에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과학분야 예산을 얼마나 등한시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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