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마켓 경북도점'은 지난 18~19일 김장철을 맞아 배추, 무, 고춧가루 등 김장재료를 최대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
"1년 먹을 김치인데, 질 좋고 싱싱한 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죠."
지난 18일 오전 대구 북구 학정동 경북도농업자원관리원 '바로마켓 경북도점(이하 바로마켓)'.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배추·무·마늘·생강 등을 실은 트럭들이 속속 장터로 들어오고 있었다. 매서운 찬바람에 눈까지 내리는 이른 아침 시간대임에도 상인과 주부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물가에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김장예찬론자의 알뜰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경북 고령에서 올라온 한 농가는 매대에 보기 좋게 배추를 쌓아 올린 뒤 한 포기를 반으로 잘라 앞에 뒀다. 주부들에게 잘 익은 배춧속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장현덕씨는 "밭에서 바로 뽑은 싱싱한 배추만 골라서 갖고 왔다. 김장은 기본적으로 배추가 맛있어야 한다"며 샛노랗게 꽉 차오른 배춧속을 자랑했다.
바로마켓에선 대구·경북 100여 개 농가와 단체에서 생산하고 가공한 300여 종의 농산물이 직거래된다. 시중가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은 김장철을 맞아 배추·무·쪽파 등 김장재료를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특별 할인행사(18~19일)가 열리는 중이었다.
행사장엔 중장년층 부부나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두터운 외투에 목도리·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박모(64·북구 태전동)씨는 장바구니 캐리어에 마늘·생강·쪽파·갓 등 김장재료를 한가득 실었다. 박씨는 "저렴하게 김장재료를 구입하려고 남편이랑 같이 왔다"며 "우리 집은 김장할 때 마늘을 많이 넣는데, 다른 곳보다 절반 가까이 싼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이곳에서 마늘 한 접을 2만8천원에 샀다. 의성마늘 시중가(한 접 기준)는 3만5천원선이다.
김장 주재료인 배추를 고르는 주부들의 눈은 날씨만큼이나 매서웠다. 배추를 수차례 손에 들어 무게를 확인하고 속이 찼는지 두드려 보기도 했다. 김장 배추는 무겁고 속이 꽉 차 있는 게 좋다. 잎 끝이 여며져 있고, 겉잎 색이 진한 녹색이 특히 맛이 좋다. 잎이 두꺼운 것보다는 여려 겹으로 많은 것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포기당 6천~7천원이던 배추가격은 최근 절반 수준인 3천~3천500원까지 내렸다. 1년 전(3천800원)과 비교해도 싸다. 바로마켓에선 최대 1천원 더 싼 가격(2천500원)에 판매했다. 거북이한마음농장(군위군) 측은 "60대 주부들은 아들이나 딸네 김장까지 같이한다며 보통 50포기 정도 사고, 젊은 주부들은 20~30포기 정도 사 간다"면서 "1망에 2만5천원인데 2만원에 팔고 있다"고 했다.
모녀가 함께 장을 보러온 손정음(66)·김미정(42)씨는 "예전엔 김장 때 1년치 먹을 김치를 담갔는데, 힘들기도 하고 돈이 많이 들어서 이젠 조금씩 담그고 있다"면서 "올해는 배추가 좀 저렴하다. 하지만 고춧가루 등 양념값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금방 버무린 김장김치와 찰떡궁합은 역시나 야들야들하게 삶긴 돼지고기 수육이다. 대구경북양돈농협은 이날 최대 38% 할인된 가격에 돼지고기를 판매했다. ㎏당 2만7천원인 수육용 삼겹살·목살은 2만원에, 500g에 1만3천500원인 구이용 삼겹살·목살은 1만원에, 1㎏에 1만4천원인 갈비는 9천원에 팔렸다. 대구경북양돈농협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이 나와서 김장재료를 구매했다"며 "맛있게 담근 김장김치와 잘 삶은 수육으로 김장담그기의 고된 과정을 보상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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