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비싸고, 직접 담그기 번거로워"…'김장 포기족' 늘었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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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0  |  수정 2023-11-19 17:46  |  발행일 2023-11-20 제1면
배추·무 저렴…고춧가루, 대파 등 부재료 가격 올라
필요한 만큼 사 먹거나, 조금씩 담가 먹는 방법 선택
재료 비싸고, 직접 담그기 번거로워…김장 포기족 늘었다
정부가 김장재료 수급 안정을 위해 배추, 무, 등 농산물 약 1만1천t(톤)과 천일염 1만t을 시장에 공급하는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2일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김장 재료를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재료 비싸고, 직접 담그기 번거로워…김장 포기족 늘었다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 비용으로 전통시장 30만1천원, 대형마트 36만6천원을 제시했다. 출처 한국물가정보
40대 주부 이모(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며칠 전 절임배추 10㎏를 주문했다. 영천 보현산에서 자란 배추로 가격은 4만원.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댁과 함께 김장을 담갔는데, 올해부턴 시어머니가 따로 하자고 했다. 이씨는 "혼자 김장하기 버겁고 가족들이 김치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에 조금만 주문했다"며 "어머니가 양념을 준다고 하니 절임배추만 샀다"고 말했다.

맞벌이 주부 이정희(43)씨 집에는 수년 째 '김장'을 담그지 않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김치를 사먹기 때문에 김장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본격적인 김장철(11월 중순~12월 초순)을 맞아 30~40대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김장 담그기를 포기하거나 절임배추를 이용하는 이른바 '김포족', 'DIY김치족'이 늘고 있다. 재료 구매 부담이 커진 데다, 과정 자체도 번거로워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것.

19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김장 비용은 전통시장 30만1천 원, 대형마트 36만6천원이다. 1년 전 전통시장 30만6천원, 대형마트 36만8천원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었다.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저렴해지면서 전체 김장 비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배추와 무 가격만 저렴할 뿐, 대파·생강·쪽파·젓갈 등 부재료 가격은 지난해보다 올랐다. 고춧가루는 1년새 20% 가격이 널뛰었다.

고물가에 가계비 사정이 팍팍해진 가정에서 한 번에 수 십만 원을 들여 김장을 하는 대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사 먹거나, 조금씩 담가 먹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전망'을 보면, 올해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63.3%다. 전년(65.0%) 대비 소폭 줄었다.

김장 규모도 줄이겠다는 의견도 많다. 4인 가족 기준 김장용 배추 구매 의향도 19.9포기로 전년(21.8포기)보다 8.9% 줄었다. 평년 8.7개 구매하던 무도 8.5개로 1.2%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포장 김치 구매 의향은 25.7%→29.5%로 늘었다. 김장배추 형태도 절임배추(56.1%)가 신선배추(41.3%)를 크게 앞질렀다.

식당가에서도 시판김치를 애용하고 있다. 대구 농산물도매시장의 한 농산물 중도매인은 "'김장 특수'는 다 옛말이다. 배춧값이 좀 내리면 뭐 하냐. 고춧가루고 천일염이고 다 올랐는데"라며 "요즘은 식당에서도 김치 안 담그고 사서 내놓는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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