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LH 독점 공공주택 공급에 민간 경쟁 도입"

  • 구경모
  • |
  • 입력 2023-12-12 17:04  |  수정 2023-12-12 17:12  |  발행일 2023-12-12
LH 혁신 방안 발표…설계·시공 업체 선정 권한 조달청 이관
국토부 LH 독점 공공주택 공급에 민간 경쟁 도입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LH 카르텔 혁파를 위해 기존의 LH 독점 공공주택 공급 방식에 민간 경쟁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김오진 차관은 "최근 연달아 발생한 철근누락 사태는 전관 중심의 이권 카르텔로 인한 주택건설 전 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주거안정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할 LH에서 이와 같은 후진국형 부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LH를 중심으로 형성된 독점적 공공주택 공급 구조가 LH의 무사안일한 행태를 고착화시키고, 더 나아가 퇴보하는데 일조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김 차관은 "LH의 발주 규모는 연간 10조 원 수준에 달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전관을 중심으로 이권 카르텔을 형성함으로써 설계와 시공 뿐만 아니라 건설안전의 최후 보루인 감리 시스템까지 무력화시키는 등 공공주택 건설과정 전반에 부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는 LH 중심의 독점적 공공주택 공급구조에 민간과의 경쟁을 최초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관은 "LH 뿐만 아니라 민간건설사도 단독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 공공주택 분야에서 LH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LH와 민간이 건설하는 공공주택에 대해 입주민 만족도, 분양가격, 하자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함으로써 보다 우수한 사업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지금껏 독점적 지위에 있던 LH가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해 끊임없는 자체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부실시공을 유발한 전관 중심의 이권 카르텔도 철저히 해소하겠다는 각오다. 김 차관은 "전관을 통한 이권 개입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LH가 가지고 있는 설계, 시공, 감리 업체의 선정 권한을 전문기관으로 이관하겠다"며 "우선 설계와 시공 업체의 선정권한은 조달청으로 이관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신규업체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등 품질과 가격중심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감리업체 선정과 그 관리·감독의 권한은 건설안전 전문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위탁함으로써 감리의 정상적인 활동도 확보할 방침이다.

김 차관은 "전관업체에 대한 직접 제재를 위해 LH 전관이 소속된 업체는 LH 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며 "2급 이상으로 퇴직한 LH 전관이 퇴직한 지 3년 이내에 재취업한 업체는 LH가 시행하는 사업을 수주할 수 없도록 하며, 3급으로 퇴직한 LH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는 사실상 낙찰이 안 되도록 입찰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LH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심사도 대폭 강화해 카르텔 형성을 차단하고, 공공주택 안전관련 규정도 기존 법령 보다 강화해 부실 시공을 예방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앞으로 LH가 시행하는 모든 공공주택의 구조설계를 외부전문가가 철저히 검증하고, 구조도면은 대외공개하는 등 제3자에 의한 설계검증을 강화하겠다"며 "철근배근 누락과 같이 주요 항목을 위반한 부실업체는 일정기간 LH 사업의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운영하겠다"고 소개했다. 건설 업계 전반에 형성된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도 내놓았다. 김 차관은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가 감리를 선정하고 감리 선정절차도 객관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는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하는 한편,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다.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체계도 강화된다. 김 차관은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겠다"며 "불량골재 유통으로 인한 콘크리트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골재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규 작업자에 대한 현장 교육을 통해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시공오류도 방지하겠다"고 했다. 안전과 품질을 중심으로 건설산업 시스템 개편에도 나선다. 김 차관은 "공동주택 공기 산정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주택의 감리비 대가를 현실화함으로써 적정 공기 내에서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이 LH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그간 건설분야에 만연해 온 이권 카르텔도 뿌리 뽑아 민간 건설업계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구경모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