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인근 '80cm' 남기고 골목길 막혀…상인·주민들 '분통'

  • 박영민,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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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18:04  |  수정 2024-01-11 19:21  |  발행일 2024-01-12
지난 4일부터 성인 남성 높이 펜스로 골목길 막혀

부지 소유주와 건물주 갈등에 골목 주민들만 피해

북구청 "법적으로 합법이라 별 수 없다"

주민들 "30년 전 길 내주는 조건 걸었었다"며 반박
경북대 인근 80cm 남기고 골목길 막혀…상인·주민들 분통
11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인근 골목에 철제 펜스가 놓여져 식당으로 가는 통행로를 막고 있다. 철제 펜스를 놓은 부지 소유주가 골목 안쪽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30여년간 통행로로 쓰이던 골목을 철제 펜스를 설치하면서 갈등과 관계없는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경북대 인근 80cm 남기고 골목길 막혀…상인·주민들 분통
11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인근 골목에 철제 펜스가 놓여져 식당으로 가는 통행로를 막고 있다. 철제 펜스를 놓은 부지 소유주가 골목 안쪽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30여년간 통행로로 쓰이던 골목을 철제 펜스를 설치하면서 갈등과 관계없는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11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 인근의 한 골목길. 입구에는 성인 남성의 키 높이만 한 철제 펜스가 쳐져 통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4일부터 이 골목길 입구에 설치된 철제 펜스는 각종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이 길은 30년 넘게 이곳 주민들이 사용해 온 통행로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펜스가 쳐진 이유는 부지 소유주와 골목 안 건물주 사이에서 생긴 갈등 때문이다. 설치된 펜스는 땅 주인이나 건물 주인 등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골목 안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길만 들어서면 가슴이 꽉 막히듯 답답하다. 시장에 갔다가 집에 오는데, 장바구니 하나 못 지나갈 만큼 길이 좁아 매우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불과 두 달 전 골목 안 쪽에서 개업한 식당이다. 주인 우진우(30)씨는 "막노동 등을 해 모은 돈으로 겨우 창업을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우씨는 오토바이조차 출입이 불가능해 식자재 수급이나 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골목이 막히면서 찾는 손님의 발길도 줄어들었다. 우씨는 "한 번은 펜스를 치웠더니, 곧장 땅 주인이 찾아왔다. 답답함을 호소하자 돌아온 대답은 '앞으로 가게를 운영 못 할 테니 건물주에게 따져라'는 말 뿐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할 북구는 지적도상 통행로가 사유지여서 행정적으로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주가 자기 땅에 펜스를 설치한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 전 부지 소유주가 건물을 지을 당시, 이곳에 길을 내주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이 골목에서 거주해 온 장모(67)씨는 "지난 1993년 땅 주인이 건물을 올릴 때 동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동의서를 돌리고 주민들에게 도장을 받았다고 들었다. 이후 폭 1.5m의 길을 내주는 조건으로 구청 건축과에서 건축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구 건설과 관계자는 "30년이 더 지난 일이어서 현재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며 "토지 소유주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최근 대구 동구 방촌동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도 20년 간 주민들이 이용해 온 통행로에 땅 주인이 펜스를 설치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주민 통행권과 사적 재산권 중 어느 한 쪽의 편만 들어 행정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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