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4·10 총선에 대한 斷想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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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8 06:53  |  수정 2024-01-18 06:55  |  발행일 2024-01-1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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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기자〈경북부〉

선거철만 되면 고향이 만만해지는가. 아니면 이미 선거철이 되기 전부터 고향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한 것일까. 수도권에서 자칭 잘나간다는 동향인들은 고향을 정말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궁금하다. 역대 선거판을 돌이켜보면 이 같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눈치가 보여서 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서로 말을 안 할 뿐이지 지역에서 생활하는 토박이들은 이 같은 생각에 상당수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또 선거철만 되면 회귀(回歸)해 고향발전을 외치는 인사들은 진심으로 고향 발전을 꿈꾸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계 진출이나 출세의 발판으로 고향 민심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선거 때마다 이 같은 궁금증은 반복되고 있지만, 지금껏 속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뻔히 알면서도 필자 스스로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역대 선거 때 만난 회귀 인사들에게 잘나갈 때 무엇을 했는지를 물으면 모두가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다고 자랑할 것이다. 정작 그 어마어마한 일들에 대해 토박이들은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궁금한 게 또 있다. 선거 때면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내밀던 사람들이 선거 후엔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종적을 감췄다. 그들은 정말 고향 발전을 꿈꾸긴 했던 것일까. 단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잠깐 집 떠나 고향에서 타향살이한 것일까. 본인만이 그 답을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다.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이 궁금해진다. 안동-예천 선거구를 중심으로 이미 여러 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거나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보자들에 대한 얼토당토않은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유권자들도 진정으로 고향을 위해 일할 후보인지, 수도권으로의 역(逆)금의환향(錦衣還鄕)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지 한 번 정도는 꼼꼼히 살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향을 위하는 마음은 고향이 만만해 보일 때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 고향을 위대하게 생각하고, 고향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다. 고향 발전도 고향을 위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가능하다. 그런 진정성 어린 마음가짐이 있어야 중앙 무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민심 이반 등으로 고향은 상당 기간 고통을 겪는다.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고향의 순수한 민심을 이반하거나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피재윤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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