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사람] 김종화 전 구미시청 씨름팀 감독 "40년간 해발 976m 금오산 정상 3천여회 올랐어요"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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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4 08:06  |  수정 2024-01-24 08:07  |  발행일 2024-01-24 제23면
구미 씨름 전성시대 이끈 주역
1985년 지도자 길 걸으며 첫발
퇴임과정 속앓이 힘들던 작년
매일 새벽 등반 '버틸 힘'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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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구미 금오산을 3천여회 오른 김종화 전 구미시청 씨름팀 감독.

"모두가 잠든 새벽에 금오산에 오르면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기는 것 같습니다. 금오산 정상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면 모든 걱정과 고민이 사라지고 '할 수 있다'는 각오와 희망이 매일매일 가득해집니다."

김종화(62) 전 구미시청 씨름팀 감독의 금오산(해발 976m) 예찬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간 금오산 정상을 무려 3천여 회 등반했다. 1985년 경북 구미초등에서 씨름 지도자 생활과 함께 시작된 김 전 감독의 금오산 등반은 2022년 구미시청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산술적으로 해마다 75회, 5일에 한 번꼴로 등반한 셈이다. 대회 출전으로 구미를 떠날 때 외에는 거의 매일 새벽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이 976m의 금오산은 할딱고개로 유명한 가파른 경사와 돌이 많아 등산하기 힘든 산으로 꼽힌다. 그런 금오산에 오르면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며 겪은 고민과 갈등, 성적 부담을 금오산 정상을 오르며 해결책을 찾았고 실천했다. 그 결과 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구미 씨름판에 바람을 일으켰다. 2002년 구미시청 씨름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여러 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것. 구미시청 감독 재직 시절 이태현·박정석·정경진·김기태 등 장사 30명을 배출했으며 단체전 19회 우승, 개인전 90회 이상 우승 등 구미 씨름 전성기를 이끌었다.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후인 지난해에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6~9월 대한민국을 강타한 폭우 사태에도 김 전 감독은 우산을 들고 새벽에 집을 나섰다. 금오산 정상에 다녀오는 것도 모자라 매일 낙동강 주변 길을 두세 시간 더 걸은 후에야 귀가했다.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그에게 금오산은 버틸 수 있는 힘이 돼 주었다.

김 전 감독은 "지난해 새해 첫날을 맞아 매일 금오산에 올라보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고 결국 약속을 지켰다"며 "몸과 마음은 아직 더 현역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후배들에게 부담이 되기는 싫다. 잠시 휴식한 후 지난 한 해 금오산을 오르며 구상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씨름협회는 지난해 2월 문경장사 씨름대회 때 김 전 감독에게 씨름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공을 인정해 공로패를 전달했다.

글·사진=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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