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촉' 60대 남성의 억울한 죽음 밝혀낸 안동 형사들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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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16:09  |  수정 2024-01-23 16:11  |  발행일 2024-01-24 제8면
신청사정면(사진1)
경북 안동경찰 전경. 안동서 제공

의료기관에서 '미상'으로 결론 낸 60대 남성 사망 사건의 진실이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의 '촉'으로 전모가 드러났다.

경북 안동경찰서 소속 형사들은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안동소방서로부터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안동의 한 병원으로 출동했다. 당시 119 대원들은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사무실에 갑자기 들어와 누워있다"는 50대 남성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B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병원 1차 감식에선 사인 미상으로 나와 일반 변사사건으로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시신을 훑어보던 형사들의 눈에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숨진 B씨의 얼굴과 몸에서 작은 시반이 발견된 것이다.

형사들은 B씨를 처음 발견한 상가건물 외부 CCTV 영상에서도 이상한 장면을 포착했다. 119 신고 2시간 전, 갑자기 여러 명의 남성이 건물 밖으로 급하게 나와 흩어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형사들은 최초 신고자인 A씨를 추궁했다. 그 과정에서 사무실 내에서 도박판이 벌어졌던 일과 B씨를 상대로 한 폭행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신고하기 3시간 전인 이날 오후 4시쯤 도박판에서 돈을 잃은 B씨와 70대 남성이 처음 시비가 붙어 폭행이 있었고, 또 다른 50대 남성도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가 도박판에 있던 사람들을 사무실 밖으로 모두 내보낸 후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도박판에서 돈을 잃은 B씨가 "신고하겠다"고 하는 말에 격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그대로 놔두고 사무실을 나섰다가 1시간 30분쯤 뒤 돌아와 보니 B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119에 신고했다.

형사들은 같은 날 오후 9시쯤 A씨 등 3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자칫 일반 변사로 묻힐 뻔했던 60대 남성의 억울한 죽음을 형사들의 '현장의 촉'으로 밝혀낸 것이다.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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