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후쿠오카의 봄] 조금 일찍 매화 아래 숨은 봄…마음속 냉기까지 녹인 호수의 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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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2 08:12  |  수정 2024-02-03 00:31  |  발행일 2024-02-02 제12면
대구수목원 곳곳 매화 꽃눈
겨울 속 봄의 기운 느끼게 해
日오호리공원 내 호수 윤슬
산책객들 마음에 온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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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대구수목원 매화에 피어난 꽃망울의 모습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담백하고 모던한 대도시 모습 속에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대구와 일본 후쿠오카. 두 도시에도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 인생의 좋은 시절처럼 봄은 늘 짧고 아쉽다. 그래서 좀 일찍 두 도시의 봄을 찾아 나섰다. 올해 봄은 다른 때보다 조금만 더 길기를 바라면서.



◆대구수목원·군위


대구수목원은 대구에서 가장 가까이 봄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다.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매년 많은 사람이 찾는 시민의 휴식처다.

1월 말 찾은 대구수목원에서는 조금씩, 수줍게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남아있었지만, 수목원 나무와 꽃들은 순서대로 피어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수목원에서 가장 빨리 봄을 알리는 것은 바로 '매화' 친구들이다. 매화 꽃망울은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여러 종류의 매화나무가 식재된 대구수목원 매화원에는 일찍 찾아온 봄이 숨어 있었다.

남명 조식 선생과 관련이 있다는 '남명매'에도, 통도사 영각 처마 밑에 자란다는 홍매화인 '자장매'에도, 구름을 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는 '운용매'에도, 병산서원에서 자라는 매화나무라는 '백매'에도 꽃망울이 가득 달려 있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매화나무는 붉고 흰 꽃을 한가득 피워 시민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함께 은은한 향기를 만날 수 있는 매화원은 초봄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대구수목원에서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겨울 공기 속 봄기운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수목원에서 만난 한 60대 시민(여·달서구 도원동)은 "수목원에서 자주 산책을 하는데, 확실히 이곳에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빨리 느낄 수 있다. 이제 진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가 보다"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순을 터트리는 식물의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대구시 편입 이후 '첫 봄'을 맞는 군위도 한껏 빛나는 봄을 자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군위는 청정 자연환경과 함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숨은 명소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봄에 가볼 만한 여행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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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오호리 공원에 봄이 성큼 다가왔다.

군위 화산마을은 지난해 대구 편입 전 경북문화관광공사의 '봄 관광지 23선'에 선정된 바 있다. 해발 800m 고지대에 있는 화산마을은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경관과 일출·일몰로 유명하다. 군위 어슬렁대추정원 근처의 벚꽃길은 지난해 벚꽃 명소 중 한 곳에 뽑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인 '혜원의 집',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할 수 있는 '삼존석굴', 레트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화본역·화본마을' 등 다양한 곳에서 반짝이는 '군위의 봄'을 만나게 될 것이다.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


일본 후쿠오카는 여러모로 대구와 가깝게 느껴지는 도시다.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해서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후쿠오카는 봄과 잘 어울리는 도시다. 도시 곳곳에서 벚꽃을 감상하며 조용히 걸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호리 공원'은 대구의 수목원처럼 가장 빠르게 봄이 찾아오는 곳이다. 많은 나무와 꽃 등 자연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어 오호리 공원은 현지인과 여행객이 늘 자주 찾는 곳이다.

기자가 최근 찾아간 오호리 공원에도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오호리'라는 표현처럼 공원은 중간에 큰 호수를 품고 있다.

오호리 공원에 곧 봄이 온다는 것은 산책로의 햇살과 공기 그리고 호수의 반짝이는 윤슬이 알려주고 있었다. 오리배 그리고 진짜 오리 떼가 봄기운을 느끼며 물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호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공원의 카페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잠시라도 취하기 위해선 역시 밖이 좋다. 어느덧 실내보다 실외가 좋아지면 봄이 가까이 온 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호수 주변으로 튤립이 가득 피고, 공원 한가득 벚꽃 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다. 그때가 오호리 공원의 가장 낭만적인 때이다. 꽃이 활짝 핀 그 아름다운 찰나보다 어쩌면 기다리는 순간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지금 오호리 공원에는 그런 설렘이 가득했다.

오호리 공원에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공원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문화예술'에 있다.

공원 안에 후쿠오카시미술관(후쿠오카 아트뮤지엄)이 위치해 있다. 산책하듯 공원을 걷다가 고개만 돌리면 바로 미술관이 나온다. 넓은 호수의 풍광과 미술관 건물이 하나의 작품처럼 어울린다. 야외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 미술관의 명물 중 하나다.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때마침 후쿠오카시미술관에서는 초봄인 3월까지 '로마 특별전'이 열려 볼거리를 더한다. 공원 안에서 자연과 미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내 안에 있던 '독기' 같은 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봄의 분위기는 그렇게 사람을 부드럽고 너그러워지게 만든다.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을 찾아 자연과 문화를 벗 삼아 조금 일찍 봄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글·사진=노진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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