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목숨 건 질주…위험천만 어르신 전동스쿠터

  • 박영민,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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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31 16:53  |  수정 2024-01-31 17:12  |  발행일 2024-02-01 제8면
이날 포착된 10대 중 7대 차도로 운행해
운전자 "인도가 울퉁불퉁해 더 위험하다"
전문가 "보행 환경, 시민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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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인근 차도로 시민 2명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일단 인도가 너무 울퉁불퉁하잖아요. 인도가 더 위험해요"

31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 바퀴 넷 달린 전동스쿠터를 운전하던 어르신은 바로 옆 인도를 두고 차도로 통행하고 있었다. 헬멧 등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시속 20㎞ 미만 속도로 차량들 사이를 운행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어르신 A씨는 "차도로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막혔거나 통행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빨리 가야 할 때는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열(69)씨는 "경사가 심하거나 길이 너무 울퉁불퉁해 인도가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차도로 통행한다. 차들이 빠르게 다녀 위험하니 최대한 가장자리로 운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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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인근 차도로 한 시민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스쿠터(보행보조용 의자차), 전동 휠체어 등 전동 보장구는 보행자로 분류돼 인도로만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보행로, 각종 적치물, 보도블록 상태 등 불편한 보행 환경 때문에 차도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이 2시간 동안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보행보조용 의자차를 운전하는 어르신 10명이 포착됐다. 그중 단 3명만 인도로 정상 운행했고, 나머지 7명은 차도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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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북구 산격동 일대. 보행로가 화분, 버스정류장 등 각종 적치물로 좁혀져 보행보조용 의자차 통행이 불가능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전날 대구 북구 산격동 일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구역은 특히나 불법 주·정차된 차량, 화분 등 적치물이 많아 전동스쿠터가 차도로 운행하는 게 불가피했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결과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 427명 중 326명(76.3%)이 차도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234명(61.2%)은 '장애물, 경사로, 불법주차 차량, 공사구조물, 간판 등으로 인한 보도 이용 제한'을 이유로 꼽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차도로 다니면 위험하다는 것을 운전자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너무 울퉁불퉁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단속보다는 인도를 이용할 것을 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행로 환경과 함께 국민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주 수성대 교수(사회복지과)는 "자전거 도로는 많이 생기고 있지만, 전동 보장구를 타는 노인·장애인 등을 위한 도로가 없어 이들이 사고 위험에 내몰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행로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며 "불법 주차 등으로 이들을 차도로 내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민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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