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서 청년 수십명 대상 '전세 사기'…원룸 10여채 건물주 전세 놓고 연락 두절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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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19:06  |  수정 2024-02-26 19:09  |  발행일 2024-02-27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 20명
피해액 20억여 원 넘을 것으로 추산
"선순위보증금, 건물시세 허위로 작성"…경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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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대명동 전세사기 의혹을 사고 있는 A씨 소유의 원룸 건물 모습. 이 건물에만 6세대가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역 원룸에서 살고 있는 청년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 20여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60대 집주인이 공인중개사와 짜고 '전세 사기'를 벌였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피해 임차인들에 따르면 대구 남구와 달서구 등에 본인 명의로 된 원룸 건물 7채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 3채, 딸 명의 1채 등 총 11채를 소유한 집주인 A(67)씨가 전세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 20명의 전세 보증금 약 20억 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세입자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25명, 피해액은 25억여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B(28)씨는 "지난해 9월 계약이 만료된 후 5개월이 지나도록 전세보증금 8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 대출금을 갚지 못해 매달 이자를 내고 있다"며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전혀 없고 피해자들의 연락을 차단하거나, 연락이 닿으면 오히려 고소하겠다고 겁박을 준다"고 말했다.

이 건물 15세대 중 전세로 들어온 세대만 7세대이며, 이 중 6세대가 전세 계약이 만료됐지만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

우모(여·29)씨도 집주인 A씨와 맺은 전세 계약이 지난해 12월 만료됐지만, 전세 보증금 6천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우씨는 "지난해 말 마지막 연락을 했을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어떻게든 보증금을 받아보기 위해 빌라에 남아있지만, 돌려받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주인 A씨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계획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로부터 받은 선순위 보증금 내역과 건물 시세가 허위로 조작됐다는 것이다.

B씨는 "계약 당시 부동산의 근저당권 금액이 약 10억 원임을 확인하고 불안해하자 공인중개사가 허위 사실로 조작된 선순위 보증금 내역을 보여주며 계약을 유도했다"며 "당시 보여준 선순위 보증금 내역엔 총 3억2천만 원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론 10억여 원이었다. 공실이라 적힌 곳도 사실은 공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건물 매매가 시세가 10억 원대 초반인데, 해당 건물의 근저당권과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20억 원에 달해 건물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갚을 수 없는 사실상 깡통전세"라고 주장했다.

B씨 등 피해를 호소하는 임차인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5~6차례에 걸쳐 대구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와 A씨에 대해 전세 사기가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 보증금 미반환과 관련해 집주인 A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결국 닿지 않았다. A씨 건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측은 "집주인과 짜고 전세 사기를 벌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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