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소방관 참사 화재 원인은 '온도제어기' 작동불량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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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3 18:56  |  수정 2024-03-13 19:03  |  발행일 2024-03-13
화재수신기 경종 정지시킨 것도 피해 키워
합동감식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합동감식반. <영남일보DB>

젊은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월 문경 신기공단의 화재는 공장 내 전기튀김기의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소방청이 밝힌 문경 순직 사고 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31일 오후 7시 35분쯤 문경의 육가공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위쪽의 982ℓ 크기 식용유 저장 탱크로 옮겨붙었고 이후 불길은 천장을 가리려 만든 구조물을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확산했다.


불이 난 원인은 튀김기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가 고장 나 식용유가 발화점인 383도 이상으로 가열됐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또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 정지시킨 탓에 불이 3층으로 확산한 후에야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화재로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가 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소방청은 "공장 관계자가 오작동으로 일어나는 비 화재경보 방지를 위해 경종을 정지했다고 진술했다"라며 "현재 사고를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나 소방시설의 정지 및 폐쇄가 있었으니 관계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으며 이들의 대피 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소방대원 4명이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3층에 올라간 대원 4명이 인명 검색차 출입문을 열자 갑자기 공기가 유입하면서 내부를 채우고 있던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했다. 이들 중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으나, 순직 소방관 2명은 순식간에 밀려온 강한 열기와 짙은 연기, 붕괴한 천장 반자 등으로 고립됐다. 탈출한 대원 2명이 고립된 동료 소방관들을 구하기 위해 재진입하려 했지만, 화염과 열기로 들어가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공장 벽체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어서 불이 급속히 번진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편 소방당국은 불이 난 육가공 공장 내부에 가연성 물질인 식용유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진압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건물 내부가 벽면으로 나뉘어 있으면 '구획 화재' 진압 절차에 따라 한쪽에서 진입해 연기와 가연성 가스를 빼며 불을 꺼야 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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