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일방주의에 따른 '폭력 정치' 악순환 연속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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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1 18:07  |  수정 2024-04-12 07:10  |  발행일 2024-04-12 제3면
한동훈 비대위원장, 결국 '윤석열 아바타' 전락
尹대통령, 상대 의견 듣지 않는 일방주의로 심판
일방주의는 상대를 배제하는 폭력이자 내로남불
범야권도 '입법 폭주' 일방주의 정치에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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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onhohi@yeongnam.com

전쟁같은 총선이 끝났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고작 108석이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175석을 석권했다. 조국혁신당(12석)을 포함하면 범야권의 의석 수는 187석이다. 격차가 너무 크다. 국민의힘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대구경북(TK) 유권자들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토록 무참히 깨질 줄은 몰랐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총탄에 쓰러졌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여당은 '범죄자 심판론'으로 맞섰다. 오판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독선에 실망한 국민에게 범죄자를 솎아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의 마인드다. 선거판을 범죄 수사의 무대로 삼은 듯 했다.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실망한 국민은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똑같이 취급했다. 야권의 주장대로 한 위원장이 끝내 윤 대통령의 '아바타'가 된 셈이다. 사실 검찰은 '과거'를 다룬다. 범죄는 미래가 아니다. 이미 발생한 범죄를 재단하는데 능수능란하다. 정치는 다르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고정된 시각은 '독'이다.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으로선 '엘리트의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다. '나만 똑똑하고, 옳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총선의 흐름이 그랬다.


한 위원장은 '개인기'에 의존했다.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국민의 주목도를 높인 야권과 다르다. 보수 진영의 그 어떤 인사에게도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 지지층의 환호에 취해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결국 착각이었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초보의 한계를 드러낸 꼴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총장에서 '벼락 승진'해 대통령이 된 듯 했다. 자신의 한 마디에 모든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길 바랬다. '의정 갈등'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의견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면 일방주의로 흐른다. 일방주의는 폭력이다. 상대를 배제하게 된다. 일방주의에 빠지면 반성과 성찰을 못한다.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내로남불'이 된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문제나 이종섭 호주대사의 임명이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단골 메뉴가 보수 정권에도 등장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일방주의로 흐르고, 내로남불이 되면 불통의 이미지가 쌓인다. 국민이 분노한 배경이다.


'국민의 심판은 레드카드인가, 옐로우 카드인가.' 다소 애매하다. 의석 수만 보면 퇴장이나 다름 없다. 가까스로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 저지선을 지켰을 뿐이다.


야권은 레드카드로 받아들인다. 윤석열 정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른다. 단순히 타격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궤멸시킬 심산이다. 주체만 달라졌을 뿐 또 일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쑥대밭이 된 집권 여당은 당분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야권은 의석 수를 앞세워 '입법 폭주'에 나설 것이다. 국민의 심판이라는 명분도 생겼다. 지난 2년간 지겹도록 봐 왔던 일이 반복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압박하고, 여당은 배제할 것이다. 일방주의에 따른 폭력의 악순환이다. 막장 정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TK 국민의힘 당선자 상당수는 말이 없다. 보수 텃밭의 정서를 먹고 살만 찌우는 비만 고양이가 된 듯하다. TK 유권자들은 속앓이를 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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