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 욕되게 하지말길"…황실후손단체, 순종황제 동상 철거에 반발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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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1 16:04  |  수정 2024-04-21 16:05  |  발행일 2024-04-22 제6면
의친왕기념사업회, 순종 황제 동상 철거에 대한 입장문 발표
동상 철거 대신 조선왕릉 유릉이나 창덕궁 희정당에 기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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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순종황제어가길에 조성된 높이 5.5m의 순종황제 동상. 중구청 제공.

대구 중구가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동상' 철거를 결정(영남일보 4월 18일자 8면 보도)하자 순종 황제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순종 황제 동상은 오는 26일까지 철거될 예정이다.

대한제국 황실후손단체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중구에서 공공조형물 해체 심의를 거쳐서 순종 황제 동상을 철거하고 해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슬픈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며 "국민 혈세 70억 원으로 조성한 순종 황제 조형물을 부디 창덕궁, 조선왕릉 유릉, 황실 후손들 등 사랑받고 예우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전 설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단체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로 태어나 망국에서 일제의 24시간 감시 속 폐인으로 사셨던 순종 황제 동상을 지자체에서 정책 논리에 따라 만들었다가 교통 통행로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부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이는 한국인 스스로 마지막 황제를 희화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역사 왜곡 논란도 반박했다. 이들은 "1909년 당시 국운이 일제에 넘어가던 시절 순종 황제께서 일본 제복을 입고 대구를 방문하셨는데, 동상은 조선 왕실의 대례복을 입고 있는 것을 역사 왜곡이라 지적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며 "동상이 대례복을 입은 것은 오히려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순종 황제 동상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혈세 70억 원을 들여 제작했을 때는 후손들에게 상의도, 초청도 없어 알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순종 황제 동상을 '쇠붙이 애물단지'로 여길 것이 아니라 소중히 다뤄지고 의미 있는 곳에 모시길 바란다. 이전 설치할 곳이 없다면 황실 후손들이 모셔가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지난 2022년 대한제국 황실 후손들과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과 함께 독립 운동을 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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