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황제 '순행'은 항일 역사"…순종 황제 동상 철거 반대 목소리 이어져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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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16:20  |  수정 2024-04-22 17:23  |  발행일 2024-04-23 제8면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순종 황제 동상 철거 두고 비판적 견해 밝혀
순종 황제 순행 당시 시민들 뜨거운 환대가 이토 통감 사임 이끌어
중구 '역사 왜곡 논란' '교통 혼잡 문제' 등 이유로 철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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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순종황제어가길에 조성된 높이 5.5m의 순종황제 동상. 중구청 제공.

대구 중구의 '순종 황제 동상' 철거 결정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기고문을 통해 "아무리 망국의 황제라고 하더라도 한 나라를 대표한 국가 원수의 동상을 세웠다 헐었다 하기를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권능의 소지자들인가"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동상 철거에 대한 명분으로 지목된 '친일미화' '역사 왜곡' 등의 주장에 대해선 "식민사관 역사론"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흔히 대한제국과 고종 황제는 '무기력한 나라, 무능한 군주'로만 알고 있고, 한때 국사 시간에도 그렇게 배웠다. 이는 식민통치의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종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전 광무개혁으로 대한제국의 근대화는 자력으로 이미 진행 중이었기에 일제는 그걸 부인해야 했다. 그래서 '망국 책임론'이란 프레임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순종 황제 순행(巡幸) 또한 굴종의 역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1909년 순종 황제의 순행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구상한 것이 사실이나, 순종은 결코 굴종해 나선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순종 황제의 두 차례 순행에서 황제에 대한 한국인의 충성을 본 이토는 통감 사임을 결심했고, 결국 이토 히로부미가 구상한 황제의 순행은 자신의 사임으로 끝났다"며 "순행은 황제와 신민이 만나 분출한 뜨거운 항일의 열기가 자아낸 역사다. 순종 황제 동상 철거 조치를 재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대한제국 황실 후손단체인 의친왕 기념사업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순종 황제 조형물을 창덕궁, 조선왕릉 유릉 등 예우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전 설치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구는 지난 17일 공공조형물 해체 심의에서 '역사 왜곡 논란' '교통 혼잡 문제' 등을 이유로 달성공원 앞에 조성된 순종 황제 동상을 철거하기로 의결했다. 동상 철거 작업은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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