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병역명문가를 아십니까?

  •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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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2  |  수정 2024-06-12 07:09  |  발행일 2024-06-12 제26면
"1~3대 성실히 군복무한
가문을 '병역명문가'로 불러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할 수 있는 나라지키기 실천
국가공동체 교육도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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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17만9천280시간, 7천470일, 20년 7개월. 필자의 어머니가 군 복무 중인 가족을 걱정하며 보낸 '눈물의 시간'이다. 해군 병장으로 전역한 남편의 복무 기간 43개월부터 막냇손자가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 21개월까지 총 249개월 동안 어머니는 늘 마음 조이며 보냈다. 필자의 아버지, 형제, 조카 등 아홉 명은 모두 병장 출신이다. 해군이셨던 아버지는 진해에서 근무하셨고, 육군이었던 형제, 조카는 서부전선 문산, 파주, 동부전선 인제, 양구 등 전방 여러 곳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2014년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다.

병역명문가는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한다. 이 제도는 병역법 제82조의 3에 근거를 두고 2004년부터 병무청이 주관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제도다. 2024년 현재까지 총 1만6천424 가문, 8만560명을 선정했다.

그런데 249개월 동안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했다. 우리 부모와 자녀의 일상을 지켜야 했다. 후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지켜야 했다. 그 바탕 위에서 주권과 정치적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 번영을 도모하고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나라만의 문화 정체성과 사회적 안정을 이룩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다. 상당 기간 교전이 없어서 전쟁 상황을 잊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언제든지 전쟁 상황이 된다. 그래서 나라를 지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미 나라 없는 설움도 경험했기에 어느 나라보다 더 절실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는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군인을 징병제로 뽑고 있다. 헌법 제39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BTS도 병역 의무를 다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국가'를 언급하면 '군사 문화의 잔재' '독재로의 회귀'와 같은 말로 비난했다. '질서 교육' '극기 훈련' 등도 군사적 요소가 포함되면 밀어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10여 년 전, 싱가포르 중학교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매일 아침 1천500여 명의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국기 게양식을 했다. 국기를 게양하고, 싱가포르인의 맹세를 낭송했다. 그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중학교에서 매일 국기 게양식을 했다면, '군사 문화의 잔재를 버리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교장'으로 낙인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싱가포르가 하는 국기 교육, 우리는 왜 못할까? 함께 외치는 맹세, 우리는 왜 외치지 못할까?

우리도 국기 게양식을 하던 때가 있었다.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면 학교에 모여 함께 기념식을 하던 때가 있었다. 3·1 절과 6·25 노래를 부르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국기를 향해 서서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새기고, 더 나은 국가 공동체를 위한 역할을 다짐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공동체를 위한 질서 교육이 전체주의 잔재인가?

호국 보훈의 달이다. 국가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나라를 지킨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나라 지키기'를 실천하자. 한편으로, 시대 현실을 반영한 국가 공동체 교육도 강화하자. 그것이 이제 아흔 넘은 필자의 어머니를 비롯한 병역명문가 어머니들의 각각 다른 7천470일을 '영예로운 시간'으로 돌려드리는 일이다. 국가 없는 국민 없고, 국민 없는 국가 없다.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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