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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살충제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 전경.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복날 살충제 사건'과 관련, 마을 경로당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커피를 담은 생수병에서 피해자들의 위에서 나온 살충제와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 9년 전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유사해 경찰은 원한 및 갈등에 의한 독극물 살포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던 생수병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경로당 냉장고에 보관된 커피와 이를 담은 생수병, 물 등을 국과수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피해자 5명 중 4명이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경로당에서 미리 타 놓은 커피를 나눠 마시고 농약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모두 위세척액에서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가 검출됐는데, 이 성분이 커피를 담은 생수병에서도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살충제 성분이 생수병에 들어간 경위 등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15년 7월 초복에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 2명이 숨지고 4명을 중태에 빠트린 이 사건 당시 수사 결과, 경로당 내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사이다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화투를 치다 갈등이 생긴 경로당 한 회원이 홧김에 사이다에 농약을 탄 혐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봉화 농약 커피 사건도 원한 및 갈등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일 후인 지난 18일 살충제 음독 증세를 보인 80대 A씨의 자택과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농약 성분을 섭취하게 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응급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피해자 5명 중 3명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서 질문에 반응을 보일 만큼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피해자 중 제일 먼저 의식을 찾은 60대 B씨는 곧 일반 병실로 옮겨질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피해자가 진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면 커피를 마시게 된 경위 등 쓰러지기 전 행적을 집중 파악할 방침이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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