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자 영남오페라단 예술총감독은 "민간오페라단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대구에서 오페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많은 예술애호가가 대구 하면 '오페라 도시'를 떠올린다. 국내 최초이자 전국 유일의 단일 오페라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2003년 개관한 데 이어 20여 년 역사의 대구오페라축제를 매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페라 도시 대구의 오페라 초석을 닦은 대표적 단체가 바로 영남오페라단이다. 특히 지방에서 재정적 이유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민간오페라단의 명맥을 잇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영남대 교수이자 테너이던 고(故)김금환 선생이 1984년 창단한 영남오페라단은 오페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시절, 매년 대형 오페라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대구에서 오페라가 안착하도록 했다. 그 힘이 바탕이 돼 대구오페라는 성장을 거듭했으며 영남오페라단도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 초연, 대구 초연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는 등을 통해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까지 거머쥐었던 영남오페라단을 현재까지 있게 한 이가 바로 김귀자 예술총감독이다. 창단 40주년을 맞아 대형 오페라 행사 준비에 바쁜 김 총감독을 만나봤다.
'단장 30년' 민간오페라단 한계 극복
"매년 대형 오페라 꾸준히 무대 올려
열정 하나로 뛰어다니며 도움 얻어
박쥐·윤심덕 등 많은 초연작 선보여
호평 받으며 서울·부산서도 공연 펼쳐"
창단 40주년 빅이벤트 준비 구슬땀
"내달 6일 대구서 그랜드 갈라콘서트
압축된 베르디 대표 오페라 감상 기회
국내 최고의 주역가수들이 무대 꾸며
해설 더해 누구나 쉽게 즐기도록 할 것"
▶민간오페라단을 40년째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맞다. 그래서 영남오페라단을 창단하고 10년 동안 운영하며 영남오페라단의 근간을 만든 김금환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대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고 국립오페라단 전속가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던 김금환 선생이 대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남대 음대 교수로 온 때문이다. 이 인연이 영남오페라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그분이 탄탄히 토대를 닦아놓은 영남오페라단을 1994년 물려받아 단장을 맡은 후 올해까지 30년간 영남오페라단에 몸담게 됐다. 그동안 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이 더 컸고 그로 인해 행복했다."
▶어떻게 영남오페라단장을 맡게 됐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원에서 공부를 마친 후 귀국해 1981년 경북대 교수가 됐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여는 등 성악가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영남오페라단 전속가수가 됐다. 1985년 영남오페라단이 제작한 '카발레리아 루스티키나'에서 김금환 선생과 함께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이후 1989년까지 매년 영남오페라단 작품에 출연했다. 김금환 선생이 몸이 좋지 않다며 단장 제의를 해왔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
▶영남오페라단의 초연작 '박쥐'에 대한 애정이 특히 큰 것 같다.
"공연할 때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공연작을 선보여야 한다' '예술은 흥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신념이다. 민간오페라단이고 재정적으로 열악하다는게 민간오페라단이 수준 낮은 작품을 만들어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순 없다. 오페라단장을 맡은 후 초연작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1995년 TBC대구방송이 개국 축하공연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곤 그 방송국 문을 두드렸고 거액을 지원받았다. 오스트리아 유학 당시 자주 봤던 '박쥐'를 떠올렸고 바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해 현지에서 이 공연의 예술총감독인 로버트 헤르츨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다행히 성사됐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3일 3회 공연인데다 초연작인데도 마지막 공연은 매진됐다. 서울에서도 러브콜이 와 서울 KBS홀에서 앙코르 무대를 펼쳤다."
▶몇억 원씩 들어가는 대형 오페라를 매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비결이 있는가.
"평소 씩씩하고 열정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일할 때 추진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이곳저곳을 무작정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언론사도 많이 찾아갔다. 1996년에 영남일보 지원을 받아 오페라 '카르멘'도 공연했다. 지금도 영남일보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김금환 선생이 이런 성격을 미리 알아보고 나에게 오페라단을 맡기신 것 같다. '좋은 뜻을 세우고 노력을 다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게 없다'는 좌우명 아래 최선을 다했고 힘들었지만 바람이 이뤄졌다.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민간오페라단이면서도 초연작들이 많았다.
"오페라를 해본 사람은 초연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국립, 시립오페라단이 아닌 민간오페라단에서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영남오페라단은 '박쥐(1995)'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1998)' '녹두장군(1999)' '집시남작(2011)' '윤심덕- 사의 찬미(2018)'를 국내 초연하고 '오텔로(2001)' '신데렐라(2008)'를 대구 초연했다. 특히 '윤심덕- 사의 찬미'는 대구문화재단이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집중기획지원에 선정돼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이들 작품의 수준이 높았던 만큼 대구만이 아니라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대상과 금상, 대구국제오페라대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도 '리골레토' '오텔로' 등으로 9차례나 참여했다. 결식아동돕기, 이웃돕기를 위한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해 어려운 이웃 돕기에도 적극 나섰다."
▶창단 40주년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9월6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디 4대 그랜드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연다. 국내 최고의 주역가수들이 오페라 대표 아리아, 합창곡 등을 부른다. 소프라노 유소영(경북대 교수)·김은주(대구가톨릭대 교수)·이화영(계명대 교수)·1김정아(영남대 교수), 메조소프라노 김정화(계명문화대 교수), 테너 이현(영남대 교수)·이정원(숙명대 객원교수)·윤병길(전남대 교수)·권재희(경북대 교수) , 바리톤 김승철(계명대 교수)·제상철(대경오페라단장) 등이 출연한다. 지휘는 스페인 빌바오심포니 상임지휘자인 우나이 우레초, 연출은 김성경 인하대 초빙교수가 맡는다. 누구나 쉽게 공연을 즐기도록 손수연 단국대 교수가 공연해설을 해준다. 압축된 베르디 대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앞으로 영남오페라단을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2019년 영남오페라단 부단장을 맡았던 소프라노 이수경이 3대 단장을 맡아 오페라단을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단장으로 있었던 만큼 단장 역할을 잘하고 있다. 예술총감독으로서 이 단장과 호흡을 맞춰 영남오페라단이 대구를 넘어서 전국 대표 민간오페라단으로서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네스코 음악도시이자 오페라 도시인 대구에서 오페라가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돕겠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김귀자 예술총감독
대구가톨릭대 음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 국립음악원 디플롬을 받았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국내외에서 16회 독창회를 열었으며 '토스카' '나비부인' '라보엠' 등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 출연했다. 경북대 예술대학장,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객원교수, <사>대한민국오페라단 연합회 이사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 대구시문화상, 옥조근정훈장, 한국평론가협회 최우수 예술인 선정,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오페라대상 공로상 등을 받았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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