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가이드] 회사의 배후자(?)에 대한 책임?

  • 최영재〈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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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4  |  수정 2024-09-24 07:53  |  발행일 2024-09-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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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우리나라에선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산이 없다면 변제를 받을 묘수가 사실상 없다. 재산명시, 재산조회,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 형사고소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해 보아도 '드러누우면' 답이 없다. 특히나 법인이라면 더더욱 실질을 형해화시키기 쉬우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더 취약할 수 있다. 그 때 한 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법인격부인의 법리다.

법인격부인은 회사의 책임을 회사 배후에 있는 다른 회사나 특정 개인에게 묻기 위해 고안된 논리다. 엄연히 존재하는 회사가 아닌 별개의 법적 주체에 대해 강제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예외적으로 좁은 범위에서만 받아들여지지만, 어차피 돈 받을 길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면 검토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먼저, 회사 배후에 있는 다른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방법이다. 원래 있던 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의도로 그 실질이 동일한 회사를 새로 설립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 법원은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 회사에서 신설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정도, 자산 이전 시 대가 지급 여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이 신설 회사에도 법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본점 소재지, 주주, 주요 임직원이 대부분 동일하고 기존 회사의 영업노하우 및 기술, 거래선 등이 대가 없이 신설 회사에 이전된 경우, 설립목적과 형태,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건축주 지위'라는 유일한 자산을 승계했고 이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경우이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특정 개인에 대해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인이 회사에 대해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는 점, 회사와 사실상 하나의 주체로 활동했다는 점에 대한 주장 및 증명이 필요하다. 배후자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 사안에선 몇몇 사실관계를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으므로 참고할 수 있다. 사실관계는 △특정인이 여러 회사를 설립해 본인 또는 회사들 명의로 분양사업을 시행△실질적으로 회사 주식 대부분을 특정인이 소유하고 있음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 등 회사 내부 절차가 실질적으로 없었음△회사 자본금이 사업 규모에 비해 현저히 적고 명목상으로만 존재함.△분양대금 중 상당 부분을 특정인이 개인 토지 매입 용도로 사용△나머지 분양대금의 용처가 불분명하고 회사의 자산은 사실상 없음 등이다.

다만 개인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 가령 단순히 법인과 개인 계좌가 일부 같이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에선 회사 물품대금을 특정인 개인의 계좌로 송금받고 회사와 개인 계좌의 자금이동이 빈번했다는 사정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 계좌가 일부 같이 사용됐다는 것만으론 법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재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러한 법인격부인 법리에 따라 다른 법인 또는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결국 증거싸움이 관건이다.

최영재〈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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