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
"애꿎은 공무원들만 징계받았어요. 마땅히 책임져야 할 단체장은 경고에 그쳤지 않았습니까."
"그러긴 했었죠."
"또 만약 이번 의혹 건도 그럴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합니다."
"물론 안타깝죠. 공무원들도 잘못했으면 당연 책임을 물어야 되고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합니다만 단체장은 그 보다 더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주민들의 자존심을 훼손시키고 지역의 명예마저 실추시켰으니 다음 지방선거때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책임을 묻겠지요."
청도군의회 A의원과 최근 청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관련, 부지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을 취재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 일부다.
군의원으로 공영주차장 조성사업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그는 이번 일도 역시 윗선의 지시에 따른 하위직 공무원들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생기면 안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청도 가짜 조각품 매입사건' 과정에서 마땅히 책임져야할 사람은 당장 불이익이 없는 경고 수준에 그친 반면 소위 지시에 순응한 아랫 사람만 다치는 것을 보면서 말을 삼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가짜 조각품 매입사건은 단체장의 선한 의도로 시작됐지만 결국 일종의 사기사건으로 드러나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단체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당시 업무라인에 있던 직원 8명만 크고 작은 징계를 당했다. 또 청도군청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군민의 자존심도 크게 훼손시켰다.
이 사건은 초선 단체장의 밀어붙이기식 서툰 행정과 이에 편승한 일부 간부가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또 청도군은 이 과정에서 당시 특정인의 땅에 조각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관련 예산까지 편성한 상태에서 그 사건으로 인해 계획을 백지화 한 일도 있었다.
이러한 청도군의 이해하기 힘든 행정행태는 단체장 공약사업으로 적극 추진중인 공영주차장 조성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논란의 핵심은 주민·관광객 편의시설을 위한 공영주차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뤄진 이해하기 힘든 청도군의 일방적인 부지매입 방식이다. '임의협의매입' 방식이란 절차를 밟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정 캠핑장을 '정무적 고려'로 조성부지로 매입키로 하고 더나아가 외부 압력 의혹마저 취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 사업은 22억8천만원 상당의 부지매입 보상을 앞둔 시점에서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러한 취재과정에서 청도군 담당과장은 "군에서 그 땅을 아직 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만약 땅을 샀다면 몰라도 땅도 안샀는데, 그리고 현재 재검토 중 사안인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며 별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한 그의 해명은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 추가 취재 중 청도군이 또다른 곳에 조성 예정인 공영주차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는 땅을 산' 사례가 드러났다. 다시 담당과장에게 "누가 이 땅을 (콕 찍어)사라고 지시 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앞서와 달리 아무 답변을 못했다.
청도군이 사들인 그 땅의 소유주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 지역에서 당시 후보 사조직에서 선거운동을 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제보가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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