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존댓말의 어폐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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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0 18:00  |  발행일 2026-02-20

동방예의지국답게 한글은 존댓말이 아주 발달한 문자다. 높임말이 무궁무진하다. 친구를 높여 현형(賢兄)이라 하고, 안사돈을 사부인(査夫人)으로 존칭한다. 남의 아버지는 춘부장(春府丈)으로 높여 부른다. 용서의 높임말은 고면(高免)이며, 임금의 높임말은 상감이다.


존(尊)자를 붙여 존대하는 것도 한글의 과학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인을 높여 노존(老尊)이라 하고, 부인과 형수의 높임말은 존부인(尊夫人), 존수(尊嫂)다. 또 '님'이란 의존 명사를 통상적으로 사용한다. 부모님, 선배님, 아우님, 고객님, 임금님···. 중국은 다르다. 중국 드라마를 보면 제자가 스승에게 "사부(師父)"라 호칭하고, 황자는 친모를 "모후(母后)"라 부른다. 물론 화면 자막은 우리 정체성에 맞게 스승님, 어마마마로 번역한다.


존댓말 하면 안철수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부부싸움도 존댓말로 하며, 군에서 장교로 복무할 때도 사병한테 반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안 의원에게 존댓말을 했다는데 집안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존댓말이 어법에 맞지 않거나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옷 이쁘시죠?" "이쪽으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으십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생뚱맞게 사물을 높여 부르는 꼴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93%가 과도한 높임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씀이 있겠습니다"로 고쳐 써는 게 맞다. 어폐(語弊)를 부를 존댓말은 자제해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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