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상소(持斧上疏). '내 말이 틀리면 도끼로 내 머리를 쳐달라'라는 뜻이다. 도끼를 든 채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를 일컫는다. 도끼를 드는 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가장 강력했던 '직언(直言) 퍼포먼스'다. 고려 때 학자인 우탁(禹倬)은 충선왕이 부왕(父王)의 후궁을 범하는 반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자 지부상소를 올렸다. 옆에 있던 조정 관료들이 안절부절 못하자 "왕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모두 당신들 탓"이라며 크게 꾸짖었다. 조선 중기 학자 조헌(趙憲)의 지부상소도 유명하다. 그는 159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요구하자 사흘간 궁 밖에서 지부상소를 하며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고 목청을 높였다. 구한말 의병장 최익현(崔益鉉)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이 체결되자 도끼를 들고 광화문 앞에서 울분의 상소를 올렸다.
절대군주의 시대에도 신하와 학자들은 임금에게 할 말은 하고 살았다. 조선 세종 때 정승을 지낸 허조(許稠)는 대표적 직언가였다. 임금이 실수로라도 그릇된 결정을 하면 어김없이 천부당만부당하다고 직언했다. 현대에 이르러선 남덕우 전 총리를 꼽을 만하다. 학자 시절 그는 박정희 경제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비판했다. 사람 볼 줄 아는 박 대통령은 그를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처럼 고금에 걸쳐 위대한 지도자 뒤엔 바른말 하는 신하·학자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대로 급전직하한 데는 참모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그동안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하거나 시쳇말로 '입꾹닫'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가 수반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하는 참모가 많아야 한다.
이창호 논설위원
절대군주의 시대에도 신하와 학자들은 임금에게 할 말은 하고 살았다. 조선 세종 때 정승을 지낸 허조(許稠)는 대표적 직언가였다. 임금이 실수로라도 그릇된 결정을 하면 어김없이 천부당만부당하다고 직언했다. 현대에 이르러선 남덕우 전 총리를 꼽을 만하다. 학자 시절 그는 박정희 경제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비판했다. 사람 볼 줄 아는 박 대통령은 그를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처럼 고금에 걸쳐 위대한 지도자 뒤엔 바른말 하는 신하·학자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대로 급전직하한 데는 참모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그동안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하거나 시쳇말로 '입꾹닫'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가 수반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하는 참모가 많아야 한다.
이창호 논설위원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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