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높아진 행정의 문턱

  •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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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1  |  수정 2024-11-11 07:19  |  발행일 2024-11-11 제21면

[단상지대] 높아진 행정의 문턱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대구시는 2023년 5월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토론회 청구 기준을 기존 300명에서 5배인 1천500명으로 높여 '대구시정책토론청구에관한조례' 개정을 예고했으나, 시의회가 4배인 1천200명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조례는 2008년 대구시가 행정혁신 차원에서 주요 정책에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그땐 1천200명이란 문턱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필자는 10여 년간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운영에 참여하며 '아이를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교육 상담 포럼 등을 진행해왔다. 그 중심에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엔 정신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는 대구의 아동청소년이 급증했다. 아동(0~9세)이 100명당 1.80명(2018년)에서 3.31명(2022년), 청소년(10~19세)은 3.59명에서 6.1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또 2023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대구시교육청은 유아교육진흥원, 각 구·군청은 9개 가족센터에서 각종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 교육들은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이뤄지므로 정작 받아야 할 고위험군 부모들은 교육을 받지 않고 생후 36개월 영유아기 부모교육이 부족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는 필자를 대표로 '영유아 부모교육 확대'를 내용으로 대구시에 정책토론회를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 1월10일 주민 서명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증명하는 '청구인대표자증명서'를 대구시에 신청했다. 증명서를 받은 2월2일 다음 날부터 6월2일까지 정책토론회를 청구하는 서명캠페인을 벌였다. '문제아는 없다. 다만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생후 36개월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배너를 걸고 서명을 받았다. 길거리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연구소에서 교육과 상담을 받은 30·40대 엄마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들, 그리고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는 교회 목사 등 통해 신도들의 서명을 받았다. 6월12일 1천550명의 서명부와 함께 정책토론 청구서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7월10일 이름, 주소 등이 불명확한 서명이 많아 유효한 서명이 1천46명에 불과해 청구요건인 1천200명에 미치지 못했다며 서명부를 필자에게 되돌려주었다. 필자는 청구요건을 갖추기 위해 다음 날 청구인대표자증명서를 재신청해 7월23일 발급받았다. 이후 9월10일까지 2개월간 주민 344명의 서명을 더 받았다. 이후 9월27일 두 개의 서명부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이번엔 청구요건을 넘을 것으로 생각해, 심의위원회를 거쳐 연말이면 정책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정책토론회에 어떤 분들을 초청할까를 고민하여 개최의 꿈이 한껏 부풀었다. 10월21일 대구시에 경과를 문의했더니, 청구요건을 넘겨 23일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필자는 심의위원회 참석이 불가하다고 했다. 25일 오후 전화와 e메일로 정책토론 '미개최'라는 짧은 공문을 받았다.

필자는 대구시에 왜 개최할 수 없는지 사유를 물었다. 또 심의위원회는 어떤 분으로 구성되었고 누가 심의내용을 전달했으며 심의위원회에서 무슨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회의록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2024년은 대구시의 행정 문턱이 정말 높다는 것을 실감한 한 해였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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