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희<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기획팀 PD> |
지난달 어느 주말,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하루 자유시간을 가졌다. 갑자기 하루 정도 자유시간이 생기니 무엇을 할지 고민을 했다. 직업병 때문일까. 생각나는 거라곤 지금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나 공연이 무엇이 있을지였다.
고민 끝에 미술관 그리고, 대구 인근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에 가기로 했고, 그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롯이 미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고, 축제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온전히 일과 벗어난 휴식 시간은 아니었지만, 일에 대한 생각도 정리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며 제대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선선한 가을을 맞아 지역의 많은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해 공연장을 비롯해 축제장에서도 신경을 꽤 쓴다. 대표적으로 유아와 함께 보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든다. 가족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경쟁적으로 생기고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으니 아이들 위주로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도 3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 마련이고, 아이가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축제장을 찾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엄마만을 위한, 아빠만을 위한 문화생활도 필요하지 않을까? 흔히 엄마에게, 아빠에게 문화생활은 사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화생활에 쓰는 돈부터 아끼는 가정도 많다. 나 역시 문화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 문화생활을 하면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엄마인 나 개인을 위한 문화생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한 작품을 보면서 멍도 때릴 수 있었고,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엄마가 오늘 본 축제 이야기도 해줄 수 있었다. 같이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도 있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엄마이기 이전에는 꼭 놓치지 않고 달력에 체크를 하면서 보던 전시와 공연이 아니었던가. 잊고 살았던 문화에 대한 욕구는 덤이었다.
엄마에게도 휴가가 필요하다. 그 휴가가 문화면 더 좋을 것 같다. 지난달에는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휴가였지만 앞으로 종종 나만의 문화생활을 늘려볼 생각이다.
문화 기획자로서 워킹맘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기획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엄마에게도, 그리고 아빠에게도 엄마, 아빠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문화생활이 필요하다.
조주희<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기획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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