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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
정부가 19일 양곡관리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야당이 지난달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거부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김건희 여사·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결정을 31일까지로 못 박은 가운데 야당의 탄핵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 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그리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며 거부권 행사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6개 법안은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이른바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이다.
농업 4법은 쌀 등 특정 작물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떠받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했을 때, 개인정보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도입된 '예산안 부수 법안 자동 부의(附議)'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 개정안과 관련해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재난 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며 "이 개정안 시행으로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의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 매입 제도와 양곡 가격 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농산물 가격 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 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되어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가가 재해 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개정안이 시행돼 헌법이 정한 기한 내에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의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했고,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는 "중요한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해 개인정보 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총리실은 김건희 여사·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경우 "오는 31일 마지막까지 검토하겠다"고 했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도 지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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