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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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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수 소설가 |
단편소설 부문 최종심에 오른 응모작은 총 5편이었다. 우선, '그 나무'는 가족사의 내력과 원한을 독백 형식과 지연기법을 활용하여 풀어낸 점이 특이했다. '복수'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이지만 이를 작품화할 경우 독자의 예상을 빗겨나가는 결말이 오히려 새로운 제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경계선상의 인간'은 이 사회에서 점차 존재감이 사라지는 젊은 여성의 심리적 방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은닉성과 익명성, 관계의 연약성 그리고 멀리 떨어진 '그'에 관한 설정 등이 모던하며 시적인 문장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주인공의 불안의 원인이 명확지 않은 점이 공동으로 지적됐다.
'박(縛)'은 소외된 공간에서 고독사를 피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혼령을 빌어서 우리 시대의 노인문제를 드러낸 수준작이다. 죽어서도 악몽을 꾸는 지박령(地縛靈)의 사연을 밀도 높은 서술과 치밀한 설정으로 그려냈다. 이들이 한 공간에서 벌이는 사건이 좀더 역동적이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론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의가 거듭된 작품은 '목요일의 조이'와 '사실 나도 케이크가 아닐까'였다. 무엇보다 '목요일의 조이'가 지닌 미덕은 갈등선이 선명한 서사라는 점인데, 갈등의 대상은 다름아닌 남편과 아들이다. 남편과 자식보다 오히려 로봇에 의지하는 노년 여성의 결말이 진한 페이소스를 일으킨다. 언뜻 평범하게 보이는 문장으로 정서를 압축시키고 장면을 선명히 제시하는 방식에도 신뢰가 간다.
반면에 '사실 나도 케이크가 아닐까'는 초경쟁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취업진로 문제를 실험적으로 형상화한 문제작이다. 용도폐기의 공포 앞에서 케이크 캐릭터가 겪는 자격 시험과 고용 현실은 냉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장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의 알레고리적 질문은 선왕의 복수를 고민하는 햄릿의 'to be or not to be'보다 더욱 핍진하게 다가온다. 자신을 버리려는 이 세상을 어찌할 수 없어서 끝내 자신을 파멸시키는 엔딩은 그로테스크성과 비극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몇몇 아쉬움보다는 작가가 밀어붙인 패기에 손을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당면한 사회이슈의 실험적 형상화가 활발히 지속되고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본심 심사위원 우광훈(소설가), 해이수(소설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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