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탄핵정국 해법을 말한다 - 한동훈 前 국민의힘 대표

  • 정재훈,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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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7  |  수정 2025-03-07 07:41  |  발행일 2025-03-07 제4면
"대통령 기분만 맞추는 건 아부·아첨…국민에 대한 의리도 아냐"
[인터뷰] 탄핵정국 해법을 말한다 - 한동훈 前 국민의힘 대표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6일 오후 영남일보 서울본부에서 인터뷰를 갖고 탄핵정국 등에 대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두 달여간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나.

"어쩌면 앞으로 수십 년간 잊기 어려운 사건이 있었잖나. 앞으로 수십 년간 없을 사건을 겪었는데,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 그 선택들이 옳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사실 그 연속성의 일환으로 책을 쓰게 됐다."

▶탄핵정국에서 후회한 지점이 있었나.

"계엄에서 탄핵까지 모든 상황들에 굉장히 집중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상황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 그 생각에 집중했다. 선택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면, 선택 자체를 잘못한 것은 없어도 '이 말을 내가 굳이 했었어야 됐나' 이런 것들은 좀 있다. 다만 이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의 마법이 해결해 준다'(그는 책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지 않나. 지금보다는 다음에 평가받을 문제 같다."

▶탄핵정국 당시 강하게 본인의 입장을 밀어붙였다.

"그러지 않았으면 안됐을 상황이었다. 44년 만에 계엄 아닌가. 없었던 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계엄의 바다를 빨리 건너면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더 심각한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 폭거를 보여온 상대가 더불어민주당 아닌가.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과오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깔끔하게 털어내면, 오히려 우리 보수에 더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당장 지지층의 평가는 어렵겠지만,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정치인으로서, 당장에는 개인의 손해가 있더라도 할 수밖에 없던 것들이었다. 우리가 계엄을 옹호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보수가 살아날 수 있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멀지 않은 미래에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한 18명이 보수를 구한 뗏목 같은 역할을 했다고 인정받을 것이다."


계엄해제 의결 18인 '보수 구한 뗏목'
신속히 털어내면 더 기회 있다 판단

정말 괴롭지만 잘 되길 바라며 직언
표현 방식이 직선적인 건 부족한 탓

당에서 내쳤어도 같이하는 게 정치
'나라 구하겠다'는 절박함이 공통점

TK, 진짜 정치 하겠다 결심한 장소
이재명의 '위험한 정권' 막아내겠다



▶사실상 축출됐던 만큼 당과 화합도 큰 과제일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미리 속단하지는 않겠다.(그는 인터뷰 내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나 조기 대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다시 이야기 하지만 정말 위험한 정권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것으로부터 구해내겠다는 절박함만큼은 서로 간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를 축출했던 분들과도 같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그런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서로 이해할 만한 면이 있지 않겠나. 책에도 썼지만 마지막에 탄핵 가결이 되는 과정은 우리 당의 의원들이 안 들어간 게 아니라 전원 출석함으로써 된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의 과정을 통해 서로 간에 정치를 한 것이다. 의원들이 탄핵안 가결 본회의에 다 들어가게 하고 탄핵 가결이 됐을 때 쫓겨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몰랐을 것 같나. 당연히 알았다. 그럼에도 정말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님과 세월이 정말 오래됐다. 좋은 기억이 참 많다. 돌이켜보면 서로 어려울 때 좋았다.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도 저도 그렇고 그냥 고분고분하게 시키는 일 하는 사람들은 아니잖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서로 어려움을 일하면서 많이 겪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도왔다. 국가정보원 수사 당시에 사람들이 진짜로 일부러 마주쳐도 피할 만큼 왕따를 시켰다. 그때 대통령님과 주말마다 남산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반대로 제가 굉장히 또 어려울 때 대통령님께서 옆에서 응원해 주고 외풍을 막아주고 믿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세월이 길다. 말하고 싶은 지점은 그런 제가 탄핵으로 나가는 결정이 왜 괴롭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저는 이 정권의 출범부터 어느 정도 관여를 했던 사람이다. 굉장히 어렵게 탄생한 정권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대구경북(TK)을 비롯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가지고 나온 정권이지 않나. 누구보다 정말 잘 되길 바랐다. 그렇기에 (탄핵) 결정을 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당대표 당시 윤 대통령과 갈등이 많았다.

"문제가 됐던 이슈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종섭·황상무 이슈, R&D 이슈, 의료 사태, 명태균 의혹, 김경수 복권 정도들인 것 같다. 이것은 (당에서) 보정을 해야했던 것들 아닌가. 이걸 그냥 두고 넘어가면 나중에 터지고 (당이) 망하는 것들이다. 어느 정도 그냥 거리를 두고 빠져 있었으면 편했겠고, 더 꽃길이 있었지 않겠나. 하지만 그렇게 문제를 지적한 이슈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정이 조금씩 됐잖나. 그것은 전적으로 민심이 원하기에 대신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확신하지 않은 것들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건건이 다 싸우나."

▶윤 대통령과 '의리'를 두고 비판도 한다.

"배신이 아니라 '프레임'이지 않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서 박수치고 같이 밥 먹을 때 그냥 맞춰주는 것이 의리를 지키는 것인가. 오히려 누가 의리를 안 지킨 건가 묻고 싶다. 진짜 의리는 대통령께 할 말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기분만 생각했어야 한다는 건 아부고 아첨이지 의리가 아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국민에 대한 의리도 있다. 우리 정부가 잘되는 게 또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 아닌가. 표현하는 방식이 좀 직선적이라고 하는 것은 제가 부족한 탓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특히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정치하면서 좋은 말도 많이 듣고 참고 하지만 비난하는 말도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비판해주시기도 하고 비난의 말도 하시지 않나. 경청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신이 지나치다'는 발언에 대한 입장은.

"어떤 취지로 어떤 맥락인지 잘 모르니까 명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뵈었을 때 친절하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남는다. 당시에는 의료 사태 문제, 그러니까 정부의 의료 정책과 사태 해결에 대해 박 전 대통령께서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셨고 한 대표가 대통령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된다라고 말씀을 주셨다. 저는 박 전 대통령 말씀을 많이 듣고 싶다. 허락해주신다면 찾아뵙고 말씀을 들으며 배우고 싶다."

▶법무부 장관 당시 동대구역에서 시민들과 만났던 것을 기억하나.

"이미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아 내가 진짜 정치를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적 결심을 한 장소였다. 그게 결국은 TK가 갖고 있는 보수로서의 주인의식 같다. 나라를 어떻게 바꿔야 되겠다 또는 뭐가 필요하다 같은 의식이 대단히 존경스럽다. TK에서 '적에게 땅을 한 번도 내주지 않은 곳'이라거나 애국심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우리 보수 정치를 특히 어려울 때 지켜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점들은 저와 생각이 같다."

▶다시 TK에서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저는 그때(동대구역 방문 당시)와 생각이 달라진 것이 없다. 저의 어떤 선택이나 결정 때문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저도 보수와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TK 주민들이 생각하는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저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동의하지만, (계엄 해제 당시) 우리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겠나. 민주당이 어떻게든 했을 때 우리 보수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저는 그게 두려웠다. TK가 지금까지 지켜온 보수에 대한 생각도 정말 어려울 때 미래를 보고 희생하고 어려울 때 앞장섰던 것 아닌가. 그런 마음은 같다고 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당장은 몰라주실지라도 진심은 언젠가는 알아봐 주실 것 같다."

▶책에서 언급처럼 이재명 대표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천장이 너무 명확하잖나. 탄핵을 찬성한 숫자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숫자 그리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숫자를 비교해보자. 이 대표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확실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지 않나. 이 대표는 위험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망칠 것이다. 이런 위험한 정권을 막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 대표를 지지할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얼마큼 이 사람들이 공통점을 찾아서 뭉칠 수 있느냐 그게 남은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것만 되면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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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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