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다중격차 사회'로 가는 중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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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8  |  수정 2025-03-18 09:07  |  발행일 2025-03-18 제1면
작년 소득격차 사상 첫 2억 돌파

계층간 자산 격차 등 확대 영향

부모 경제력 교육불평등 야기

한국은 지금 다중격차 사회로 가는 중

최근 5년간 서울대 시도별 신입생 합격자 현황. (자료 제공=정을호 의원실)

지역·임금·교육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 구조가 확산, 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이 상호작용해 양극화로 이어지는 '다중격차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동력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16일 발표한 '균형발전 불평등도의 구조적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국의 균형발전 불평등도(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2003년 대비 72%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45.3%와 비교하면 불평등 정도가 더 심화한 것이다.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의료·교육·생활 등 전반적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에선 요즘 '식품 사막화'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농촌 주민이 기본적인 식료품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2020년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7천563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이 2만7천609곳으로, 전체의 73.5%를 차지했다. 농촌 마을 10곳 중 7곳 에서는 식품을 포함한 다른 상품조차 구매할 수 없는 셈이다.

소득 격차 역시 확대 추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소득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1천19만원인 데 반해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1천51만원이었다. 양측 간 소득 격차(2억32만원)가 사상 처음으로 2억원을 넘긴 것이다. 계층 간 자산 격차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모두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2차 베이비부머 954만명 은퇴 행렬…경제성장률 하락 그림자
중장년 임시고용률 OECD최고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것은 물론 부모의 경제력, 사회적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격차 세습' 사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의 총액은 29조2천억원으로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소득·지역별 편차를 살펴보면 고소득층 사교육비가 저소득층의 3배, 서울의 사교육비는 전남의 2배였다. 이 같은 교육 불평등은 입시 결과로도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시도별 신입생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 출신 신입생은 2020년 1천199명(35.89%)에서 2024년 1천344명(36.62%)으로 증가했다.

또 '2022~2024학년도 강남3구 및 수도권 지역 합격자 현황'을 보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최근 3년간 강남3구 합격자 비율은 22%(2022학년도)→24.2%(2023학년도)→25.6%(2024학년도)로 늘어났다. 수도권으로 넓혀보면 76.4%→79%→78.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양극화의 뿌리를 교육 격차로 보고, 단기적으로 재분배 정책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중장년들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따르면 2022년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근로자 비중이 34.4%를 기록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게다가 단일세대 중 가장 규모가 큰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지난해부터 법정 은퇴 연령인 60세에 도달하면서 퇴직 대열에 합류했다. 작년 기준 2차 베이비부머 세대 954만명이 2034년까지 은퇴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2024년부터 2034년까지 현 60대 고용률이 유지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하는 이들이 대규모로 노동시장을 이탈할 경우 국가 성장잠재력을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로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년 세대에 대한 재고용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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