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케한 연기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 것을 느끼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잇따라 밀려왔습니다." 의성군 의성읍 철파리 소재 '의성e행복한요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 중인 남동훈 씨(31).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남 씨의 일과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평소라면 요양원에 입소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건강을 살피는 데 집중하고 있었겠지만, 휴일이었던 탓에 집에서 쉬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휴일을 보내고 있었던 그의 일상은 산불이 번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깨졌다. 오후 3시쯤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20㎞ 정도 떨어진 의성읍 철파리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자리를 박차고 요양원으로 향했다.
실제 남 씨가 집을 나서서 요양원으로 향하던 그 시간, 요양원은 의성군으로부터 '요양원 입소자 긴급대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산불 확산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 당시 요양원에 도착한 남 씨의 기억에는 건물 뒷산을 넘어온 산불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메케한 연기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긴박한 순간에도 당황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한다.
함께 근무하는 요양사 대부분이 자신의 어머니 연배인 60대 여성인 탓에 더더욱 몸을 사릴 처지가 아니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남동훈 씨는 “입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빨리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을 즈음, 긴급대피 연락과 함께 도착한 소방관과 의성군청 공무원 등이 도착했다. 모두가 협력해 거동이 불편한 12명의 중환자를 안동지역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어 거동에 큰 무리가 없는 경증환자 중 보호자가 직접 모셔간 5명을 제외한 68명을 의성실내체육관으로 옮겨온 시간이 오후 4시 20분. 약 1시간 20분간 85명의 입소자를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벌인 남 씨의 사투 흔적은 모두가 안전하게 이송을 마쳤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연후에야 밀려왔다고 한다.
남동훈 씨는 “산불로 인한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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