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시 전역으로 번지며 안동 시가지 전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난 2020년 4월 대형 산불 피해를 한 차례 겪었던 안동을 또다시 덮쳤다.
안동시는 25일 오후 5시 8분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관내 전역으로 산불이 확산하고 있어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줄 것"을 알리며, 전 시민 대피령을 내렸다. 가장 먼저 산불 피해를 입은 곳은 길안면 백자리다. 백자리와 금곡리 2곳은 거센 화마로 이미 소방 인력까지 불길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했다.
안동 산불은 이날 오후 5시 강풍주의보 발효와 함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일직면 남안동IC 부근까지 올라와 인근 골프장 두 곳까지 위협하고 있다. 의성 옥산면을 거쳐 길안면 백자리와 현하리를 관통한 불은 안동시 송천동 국립경국대 뒷산까지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안동은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쪽과 서쪽, 남쪽 등 부채꼴 모양으로 세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덮친 모양새다. 동쪽은 길안면, 서쪽 풍천면, 남쪽 일직면이다.
길안면 백자리를 강타한 산불은 길안면사무소 바로 앞 길안천을 넘어 안동 임하와 송천동, 청송군으로 향하는 중이다. 거센 화마에 소방 당국과 지자체 공무원 등이 곳곳에서 진화를 포기하고 철수도 잇따랐다. 길안면 금곡리도 불길이 거세져 소방 등 진화 인력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일직면에선 한 공장 시설물이 화마에 피해를 입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수상동 인근 한 아파트 단지는 단전·단수됐다. 이 아파트는 자체 방송을 통해 입주민들의 대피를 지시했다.
안동시민들의 대피행렬로 시가지 도로는 물론, 외각도로까지 긴 차량 행렬로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길안면에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시청 공무원들은 긴 차량 행렬에 도로 곳곳에 고립된 상태다.
이날 오후 6시쯤 임하면 산불 현장에서 주민 2명과 함께 고립됐다가 연락 두절됐던 시청 직원도 1시간 30분 뒤인 오후 7시 30분쯤 연락이 돼 한숨을 돌렸다.
산불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이미 지난 2020년 대형 산불의 악몽을 겪었던 안동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서쪽에서 시작된 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산불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진 상태다. 불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산불이 닿는 것에는 시간문제다.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통행이 재개됐던 서산영덕선 서의성IC-영덕IC 양방향 고속도로가 이날 오후 3시 30분 전면 차단됐다. 오후 6시 중앙고속도로 의성IC-예천IC 양방향도 전면 차단됐으며, 국도 5호선 안동병원-남안동IC 구간과 국도 35호선 길안면사무소-마사터널, 914호선 지방도 길안면 –청송군 파천면 구간과 길안면-의성군 옥산면 구간도 통제됐다. 안동-경주 간 열차 운행도 일시 중지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오후부터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산불 면적이나 피해 규모는 수시로 늘어나 현재로선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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