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후계자 모셔라" 금융사가 알선·매칭 비즈니스 다각화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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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2  |  수정 2025-04-02 07:59  |  발행일 2025-04-02 제5면
[100년 기업' 새 패러다임 기업승계]〈中〉기업승계 어떻게 가야 하나 (2) 日 금융서비스·국내 시사점
中企 후계자 모셔라 금융사가 알선·매칭 비즈니스 다각화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SMBC은행은 2020년 SMBC캐피탈파트너스(SMBC Capital Partners)를 지분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일본의 경우 은행의 사업회사 출자 한도는 5%지만 사업재생·승계 목적에 한해서는 100% 출자가 가능하다. SMBC은행은 경영권 인수에 건당 30억엔에서 200억엔까지 2027년까지 2천억엔을 출자해 10년내 150억엔의 매각차익 등을 기대하고 있다.

레소나은행은 2023년 기존 사업승계팀-합병·인수팀을 통합해 200명 규모의 원스톱 전담조직을 구축해 '기업승계형 M&A'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MUFG은행도 사업승계-자산승계 부문 간 연계를 강화해 행원 1천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승계업무 연수를 기획해 실무지식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즈호은행 역시 법인영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1년간 사업승계 스킬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승계 마이스터 제도'를 도입해 100명의 전문인력을 충원했다. 이들을 도쿄나 간사이 지역에 지점별로 배치하는 등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을 대상으로 사업승계 제안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 은행들의 이 같은 사업승계 역량 강화는 수수료 수입이나 매각 차익 이외에도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통한 자산운용이나 자산관리라는 수익원을 넓히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업 승계 전문적 스킬 교육
중견 오너 대상 공격적 추진
수수료 수입·고객 신뢰 구축

자사주 승계 신탁 설계·공급
협력사 고용·창출 ESG 활용
젊은인재 연계 '서치펀드' 지원
M&A 디지털 플랫폼 등 관심↑


中企 후계자 모셔라 금융사가 알선·매칭 비즈니스 다각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맞춤형 특화 신탁상품 공급

신탁은행들은 의결권 유보형 등 창업자의 니즈를 유연하게 충족시키는 자사주 승계신탁을 설계·공급하며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승계신탁은 CEO(위탁자)가 보유한 자사주를 신탁회사(수탁자)에게 맡기고, 사후 미리 지정한 후계자에게 교부하는 계약을 의미하며, 의결권은 위탁자 지시에 따라 신탁회사가 행사한다.

CEO 입장에서 후계자를 미리 지정함으로써 자사주 승계가 원활하게 진행돼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고, 경영 공백기간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김신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신탁재산은 유산분할 협의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자사주(경영권)의 안전한 이전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신탁은행이나 레소나은행 등은 자사주 승계신탁을 '유언대용형'과 '의결권유보(생전증여)형' 두 가지 종류로 구성·제공하고 있다.

'유언대용형'은 오너 사망 시 후계자에게 자사주의 재산권·의결권이 모두 이전된다. 전체 자산에 대한 상속인·상속비율은 정하지 못했지만 경영후계자는 명확히 지정해 두고 싶은 경우에 적합하다.

'의결권 유보형'은 기업오너(위탁자)가 자사주의 재산권(배당권 포함)은 후계자에게 생전에 증여하나, 의결권은 본인에게 유보하고 사후에 교부하는 상품이다. 경영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오너의 욕구를 겨냥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의결권 유보형은 신탁계약을 맺은 시점의 평가액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므로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SMBC 신탁은행' 등은 2차 상속(손자녀 등이 대상)까지 자사주 승계자를 미리 결정하는 '수익자연속신탁'을 공급하며 여러 세대에 걸친 현 경영자의 선택권을 반영했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신탁재산 관리·보관을 통한 오너 일가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통해 여수신이나 PB·자산운용, M&A자문, IPO 뿐 아니라 종업원 거래 등으로 비즈니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ESG 활용한 사회적 대출로 기업승계 지원도

미즈호 은행은 2023년 12월 MBO(Management BuyOut·임직원이 인수하는 기법) 관련 자금지원에 'Social Loan'을 적용해 기업승계 파이낸싱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MBO는 인수대상 회사의 경영진·임직원이 사업계속성을 전제로 지분의 전부·일부를 취득하는 거래다.

이는 일본 최초로 기업승계 파이낸싱에 사회과제 해결 용도의 대출을 적용한 사례다. 대출대상인 건설사 '링크 트러스트'사는 신용평가기관 R&I로부터 'Social Loan 원칙'에 의한 적합성 평가를 취득했다. 'Social Loan 원칙'은 사회 프로젝트에 용도를 한정하는 융자 관련 국제 가이드라인이다.

미즈호은행은 링크 트러스트사가 외국인과 여성을 적극 고용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출을 착안했다. 조달자금은 현 사장과 전무가 보유한 모회사 주식을 SPC(특수목적회사)가 매입하는 비용으로 즉시 충당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링크사의 자사주·경영기법 등이 포괄적으로 이전됨에 따라 미즈호은행은 원활한 승계와 자사·협력사의 고용유지·창출에 기여해 'ESG 금융'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서치펀드 도입

일본의 정책금융기관이나 민간금융사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활성화된 젊은 인재와 연계한 중소·중견기업 인수모델인 '서치펀드'를 내놓으면서 기업승계 비즈니스를 다변화하고 있다.

서치펀드는 1984년 미국 스탠포드대 MBA에서 개발한 창업 모델로, 기업경영을 목표로 하는 젊은 외부 잠재 경영자(서처·Searcher)와 적절한 승계자를 찾는 중소·중견기업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서처는 투자자로부터 인수비용을 출자받아 대상기업을 인수해 경영자로 취임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지원하는 구조다.

MBA졸업생 등과 같은 역량있는 인재를 펀드 자금모집을 통해 인수한 기업의 차기 경영자로 투입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배당·자본이득)하는 기법이다.

2019년 야마구치 지방은행은 'YMFG Search Fund'를 조성해 젊은 사업가가 64년 전통의 토목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지원했다. YMFG Search Fund 운영업체인 'JaSFA'는 서치펀드를 통해 대도시·대기업에 선호도가 편중된 우수인재들을 지방 중소기업의 대표로 주선하면서 지역불균형 완화도 기대하고 있다. 지역 금융의 지역 발전에 대한 역할에 대한 좋은 본보기로 평가되는 이유다.

또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일본M&A센터 등은 2021년 870만 달러의 'Search Fund Japan'을 공동 조성해, 5년내 250%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노무라그룹 역시 서치펀드 전문 투자사인 '일본 서치펀드 플랫폼'(JSFP)을 설립했다. 그룹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M&A 자문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국내 금융권도 관심

우리나라도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후계자 부재'가 현실화 되는 만큼 국내 금융권의 기업승계 비즈니스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기업승계형 M&A'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회사들이 M&A 펀드조성·중개역량 확충·매칭 디지털플랫폼 도입 등을 검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의결권유보형과 같은 신탁상품은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중소·중견기업의 기업승계신탁은 의결권 행사가 15%로 제한돼 제도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향후 국내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기업승계 목적으로 설정된 신탁계약에 편입되는 주식은 100%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승계 비즈니스 서비스를 ESG경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중소·중견기업 후계자 알선·매칭 등을 지원함으로써 휴·폐업을 줄이고 일자리 감소나 원천기술 소멸을 방지해 국가 경쟁력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즉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공시나 IR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상속세 절세가 논의의 중심이지만 펀드를 활용한 자금지원, M&A 주선·중개 강화, 특화 상품개발, ESG 활용도 제고 등으로 가업승계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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