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 경찰 차량이 배치돼 있다. <권혁준기자>
4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강당은 평소의 활기 대신 무거운 압박감이 감돌았다. 평소 지역 현안 회의로 붐비던 테이블 위에는 뜯지 않은 생수병만 놓여 있었고, 20여 명의 당직자는 강당 전면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파면한다" 한마디에 쏟아진 적막
오전 11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 낭독을 시작하자 당사 내 소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간혹 들리는 메모용 펜 소리와 휴대전화 진동음만이 정적을 깼다. 당직자들은 결정문의 논거가 하나씩 열거될 때마다 입술을 굳게 다물거나 안경을 고쳐 쓰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선고 시작 22분 만에 찾아왔다. 오전 11시 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실내에 울려 퍼지자 몇몇 관계자는 고개를 떨궜고, 일부는 허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기각이나 각하를 기대했던 기류는 순식간에 침통함으로 가라앉았다.
당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선고 시간대에는 손님들도 식사를 멈추고 뉴스 화면만 쳐다봤다"며 "결과가 나오자 식당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더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굳게 닫힌 시당 문… "공식 입장 없다"
선고 직후 대구시당 외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경찰 인력 20여 명이 출입구를 겹겹이 에워쌌다. 당사를 드나드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뜸했으며, 일부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당사 건물을 잠시 올려다볼 뿐 소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당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 탄핵 선고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낼 수 있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피했다.
그간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해 온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정중동의 흐름이 이어졌다. 선고 전날까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탄핵의 부당함을 호소하던 의원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두거나 보좌진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만을 전달했다.
◆유영하 "판단 수용해야"… 이철우 "제7공화국 설계 시점"
지역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즉각적인 메시지를 낸 이는 유영하 의원이었다. 유 의원은 SNS를 통해 "기대한 것과 너무 다른 결과에 마음 졸이며 지켜본 것이 분하기조차 할 때가 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도,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선택과 판단이라도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사법부의 결정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이번 사태를 체제 개혁의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87년 체제를 고치지 못한 결과가 또 다른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적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제7공화국'을 설계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면서 대한민국은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유례없는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했다. 보수 진영의 중심인 대구는 충격 속에서도 새로운 질서를 준비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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