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50대 여성이 자택에서 피살됐다. 가해자는 불과 한 달 전 흉기로 피해자를 협박해 경찰에 붙잡혔던 인물이다. 경찰은 보호조치를 시행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반복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제도는 있었지만 실효성은 없었고, 피해자는 끝내 안전하지 않았다.
10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6층 자택에서 여성 A씨가 가족에 의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스토킹 피해자로 등록돼 있었으며, 신변보호 대상자였다고 밝혔다.
용의자 B씨는 50대 남성으로, 사건 당일 복면을 쓰고 가스 배관을 타고 집 안으로 침입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그는 대구·경북 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며, 경찰은 전국 수배를 내리고 추적 중이다.
문제는 이 비극이 사실상 '예고된 범죄'였다는 점이다. B씨는 지난달에도 A씨를 찾아가 흉기로 협박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도주와 재범 가능성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그는 불구속 상태로 풀려났고, 피해자에겐 신변보호 조치가 내려졌다.
경찰은 A씨 자택에 AI 안면인식 CCTV를 설치하고,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감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가스 배관을 통한 침입이 감시 사각지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가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작동하는가'를 묻고 있다. 법원의 판단과 경찰의 보호조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제도가 있어도 피해자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단순 경고나 감시로는 피해자 보호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위협이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만큼, 초동 단계에서 강제력을 갖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 피해로 인한 피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복되는 비극 속에 대응 체계의 허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보호 대상자'라는 말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고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