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가팔라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융불안 요인을 경계하며 통화정책과 대출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김종화 위원은 6월 25일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순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출 심사 강화와 같은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오히려 가계의 차입 여력을 늘려 부채 확대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의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한 달간 전국 가계대출은 약 5조 3천억 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 폭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비은행권 중심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역 금융 흐름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금융동향에 따르면, 2025년 4월 대구·경북지역 금융기관의 여신은 7천420억 원 증가해 전월대비 1.6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통계상 가계·기업 대출 비중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으나, 지역 금융기관들의 보고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수요 회복과 생활자금 목적의 신용대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다.
김 위원은 또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성장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제와 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권과 얽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하반기 중 신용대출 심사 강화, 스트레스 DSR 확대 적용, 비은행권 대출 모니터링 강화 등의 보완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 대출 추이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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