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여성노숙인 자활센터 '살림커뮤니티'
女전용 무더위 쉼터로 방 한 칸 별도 마련
중구 국채보상운동 공원 쿨링포그 2개소 운영
송현희망센터, 무더위 쉼터 역할 톡톡

6월30일 대구 남구 여성 노숙인 자활 복지시설 '살림커뮤니티' 휴게공간에서 입소자 김은주 씨가 다른 입소자와 함께 TV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윤화 기자

6월3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실버직 직원들이 쿨링포그 아래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른바 '한증막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위엄을 실감케 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낮 12시를 기해 대구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현재 경북은 구미·영천·경산·청도·칠곡·김천·의성·포항·경주·고령·성주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나머지 경북 지역엔 울릉도·독도를 제외하고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같은 폭염기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어서 시민들의 건강 챙기기가 중요해졌다. 이에 영남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효과적인 폭염대응방안에 대한 내용을 다뤄본다.
◆'여성 전용'부터 공원 쿨링포그까지
"지하철에서 더위를 피하던 때를 생각하면 이곳은 천국이죠."
대구에 폭염 경보(일 체감 온도 35℃ 이상 2일 지속)가 발효된 지난달 30일 낮 12시.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여성 노숙인 자활 복지시설 '살림커뮤니티'에서 만난 김은주(34)씨가 더위를 식히며 인사말을 건넸다. 김씨는 2023년 7월 이곳에 입소했다. 거리생활을 하던 시기, 은행이나 행정복지센터는 사람이 많아 꺼려져 주로 지하철역에 머물렀다. 무더위쉼터인 이곳에 입소한 뒤로는 더위를 어디서 피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게 됐다. 현재 살림커뮤니티 시설엔 정원 30명 중 21명이 거주 중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입소자들이 있다.
1998년 개소한 살림커뮤니티는 현재 '여성 전용' 무더위쉼터로 지정돼 있다. 쉼터 내 개인 공간은 모두 20여개. 5평 남짓 한 공간엔 에어컨, 선풍기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물품들과 TV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꼭 입소자가 아니어도 여성 노숙인이라면 누구나 방문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욕실을 비롯한 공용 화장실과 부엌도 이용 가능했다.
백미란 살림커뮤니티 복지사는 "이곳은 여성 노숙인들을 위한 임시 거주 공간이자, 찜통 더위를 식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다만, '무더위쉼터' 팻말을 보고 간혹 남성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인근 쉼터로 안내해도 안 나가는 경우가 발생하자 최근 남구청에서 무더위쉼터 지정 여부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착찹할 따름"이라고 했다.
불볕더위를 피할 공간은 대부분 실내지만, 야외에서도 잠시 시원한 물줄기 속에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의 쿨링포그가 그곳이다. 이곳에선 쿨링포그 2개소가 운영 중이다. 정수 처리된 물을 인공 안개로 만들어 분사해 주는 쿨링포그는 주변 온도를 3~5℃가량 낮춰준다. 물 입자가 워낙 작아 피부나 옷에 닿아도 금세 증발해 불쾌감은 없다. 양산과 손선풍기로 연신 더위를 식히던 시민들은 쿨링포그 연기가 닿는 곳에서 한동안 서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쿨링포그가 설치된 공원 내 벤치공간에서 가지치기 작업에 한창이던 김상수(61)씨는 "공중에 연기처럼 물을 흩뿌린다고해서 효과가 있을까 싶은데 막상 현장일을 하다보면 쿨링포그가 있고없고가 천지차이"라며 "요즘 이곳은 쿨링포크 속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로 붐빈다. 오늘 공원 작업자들 또한 쿨링포그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6월30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내 무더위 쉼터인 송현희망센터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구경모 기자

6월30일 오후 3시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대구 달서구 백합공원에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 구경모 기자
◆35℃ 가마솥더위, 실내 무더위쉼터 북적
같은날 오후 낮 최고 기온이 35℃로 치솟자, 달서구 송현희망센터에도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더위쉼터인 센터에서 냉방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만난 김모(여·72)씨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아침부터 근처 공원에 나가 있었는데, 너무 더워 더 이상 야외 활동이 힘들어진 탓에 급히 이곳으로 이동했다"며 "냉방 시설이 잘 돼 있고, 세탁과 함께 책도 여러 권 비치돼 있어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엔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원탁이 놓여 있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연신 부채질을 하는 어르신도 많이 목격됐다. 원탁에 앉은 박모(76)씨는 "혼자 있으면 덥고 적적한데, 여기 오면 사람도 볼 수 있고 시원해서 좋다"며 "평소 못 보던 주민들과 얼굴을 자주 마주치게 돼 반상회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송현희망센터 측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어르신들뿐 아니라 인근 학교 학생들 방문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냉방비가 부담되는 만큼, 시원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쯤 남구 백합공원 내 마련된 무더위쉼터에도 어르신들이 소복히 앉아 있다. 평소 공원에서 실외활동을 하던 어르신들도 폭염특보가 발효된 오늘 만큼은 쉼터로 몸을 옮겼다. 주민들은 손수 준비한 음료와 물을 나눠 마셨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손풍기'까지 동원하며 서로의 땀을 닦아줬다. 김모(74)씨는 "매일 운동을 해야 밤에 잠도 잘 오는 데, 오늘은 운동하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실내에 계속 머물고 있다"며 "솔직히 혼자 살아서 냉방기를 켜는 것은 부담스러워 이 곳엥 온다"고 했다.

조윤화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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