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구·경북(TK)을 향한 조롱과 비하가 도를 넘고 있다. '2찍들', '대구현', '대구공화국' 등 온갖 비하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2찍'이라는 단어는 본래 특정 정당의 번호를 찍었다는 이유로 붙인 멸칭(蔑稱)이다. 정치적 선택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며 그 결과를 두고 지나치게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달 초 영남일보가 보도한 '대구 자영업 폐업 역대 최다'라는 기사 역시 온라인에서 조롱의 소재로 사용됐다. 자영업자의 위기를 알리고자 했던 기사였지만, 소위 '2찍들 근황'이라는 비아냥으로 소비됐다.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을 비웃고, 정치적 선택을 이유로 사람들의 불행을 즐기는 모습은 명백한 반지성적 행태이자 도를 넘은 악의다.
이 같은 조롱과 비난의 화살은 서문시장으로도 향한다. 대구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서문시장은 단골 타깃이 되어 왔지만, 지난 6·3 대선 이후 그 수위는 노골적이다. 서문시장은 당시 주요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찾은 곳으로, 보수 진영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맹목적 충성의 무대로 몰아가며 조롱을 쏟아낸다. 선거철이면 [미디어 핫 토픽] TK 혐오, 키보드 뒤의 폭력특정 상인의 얼굴과 발언을 캡처해 퍼뜨리고, 희화화와 비하를 반복한다. 지난 16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김문수 전 후보가 서문시장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에는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 "서문시장은 망해야 한다"는 극단적 배척이 넘쳐났다.
지역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건 당연한 현상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광주는 진보 성향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인식된다. 해외 사례도 비슷하다. 미국의 텍사스는 대표적인 보수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은 진보적 성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성향이 특정 지역 전체를 혐오와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지역 전체를 비하하고 증오하는 태도는 사회적 병리 현상에 가깝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한 지역을 맹목적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 함부로 혐오와 비하를 일삼는 이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키보드 뒤의 비겁한 이들은 각성해야 한다. 혐오와 조롱이 온라인에서 증폭될수록, 이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도 더 무거워진다. 자극적인 발언에만 주목하거나 특정 인물을 소비하듯 보도하는 관행은 또 다른 희생을 낳는다. 지역을 향한 시선이 왜곡되지 않도록 언론 역시 절제와 균형을 지켜야 할 때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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