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구도가 '강성 지지층'과 '반 극우화' 세력 간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강성 지지층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고, 안철수·조경태 의원은 당의 극우화를 우려하며 개혁과 쇄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까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면 '반 극우화' 세력의 전선 확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4명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권의 폭정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히며 공식적으로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독재·반미 등을 언급하며 강성 지지층들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장 의원도 김 전 장관의 자유주의 수호와 결을 같이했다. 장 의원은 이날 "이번 전당대회는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민주 세력의 싸움이 됐다"며 "이 싸움에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설 것"이라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부 총질 세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냈다. 이는 최근 '인적 쇄신' 대상 중 한 명으로 장 의원을 꼽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 청산과 극우세력과의 절연 등을 말하며 당이 새판을 짜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1월 6일 관저로 달려간 45명의 의원을 인적 청산하겠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7일 "메스가 아닌 칼을 들겠다"며 강한 인적 청산을 예고하면서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특히, 안 의원은 당시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8분 만에 사퇴한 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최소한의 인적 청산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퇴 배경이라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입당 논란 문제도 이번 전당대회 구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전씨가 국민의힘에 입장한 것에 대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장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전씨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의힘 내에선 부정 선거론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당이 더 극우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한길 씨 같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당에 유입된다면 당은 점점 더 극우 세력으로 몰리고 개혁 이미지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안·조 의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이외에도 정치권에선 후보자들의 메시지가 명확히 갈리면서 물 밑 조율중인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과거부터 '구주류'와 전면에서 싸우면서 당내 개혁과 쇄신을 끊임없이 강조한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안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당의 극우화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개혁과 쇄신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로 알려진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극우 세력들이 당을 장악하려 한다면 한 전 대표도 결국 출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달 22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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