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전 6시 대구 서구 마미김밥 사장 A씨가 손님들을 기다리며 부지런히 1천원대 김밥을 만들고 있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대구 서구에서 성업중인 '1천원 김밥집'은 고물가속에서도 가격인상 없이 1천원에 일반 김밥 한 줄을 팔고 있다. 서구에서 나고 자란 '서구 토박이'인 70대 사장님은 동네 사람들이 부담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6년전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 남는 게 없을까봐 단골 손님들은 외려 가게 주인을 걱정할 정도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에 찾은 대구 서구 '마미김밥'. 해가 어슴푸레 떠오른 이른 시간이었지만 마미김밥만큼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가게에는 어묵, 단무지, 우엉, 맛살, 계란 등이 들어가 있는 옛날김밥뿐 아니라 행복김밥, 김치김밥, 멸치김밥 등 10여가지 김밥이 수 십 줄씩 포장돼 있었다. 이들 김밥은 모두 한 줄에 1천~1천500원.
이 날 김밥 다섯 줄을 사간 한 손님은 "요즘 물가에 김밥 다섯 줄에 5~6천원이면 너무 저렴하지 않냐"며 "집 근처인데다가 1천원 김밥이 속도 실하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사장님께서 남는 게 있을지가 걱정될 정도"라고 했다.
마미김밥 사장 A씨(여·70)와 여동생에게 6평 남짓한 가게는 소중한 일터이자 손님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이날 판매할 김밥을 모두 말고 난 뒤 영남일보 취재에 응한 마미김밥 사장님은 대구 서구 평리초등을 다니는 등 서구에서 나고 자란 지역 토박이다. 어릴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에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을 다니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나이가 60대에 접어들면서는 일 할 곳이 마땅찮아 고민 끝에 요식업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에는 떡볶이 등 분식을 팔았지만 1천~2천원을 지불하는 데도 손을 덜덜 떨던 손님들이 눈에 밟혔다. 먹거리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드리자'라는 마음에 6년 전 '마미김밥' 가게 문을 열었고, 그때부터 줄곧 1천원대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A씨는 "막상 식당을 열고 보니 손님들 지갑사정과 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다가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손님들에게 돈을 받겠다는 마음보다는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커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밥집은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포장 중심으로 약 5시간만 운영된다. 가게 문이 열리면 일찌감치 기다리던 손님들은 많게는 한 번에 수 십줄을 사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오전 10시만 되면 일부 김밥은 동 나고 11시쯤에는 판매가 끝난다.
A씨는 "새벽 2시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고 수 백 여줄 김밥을 말고 있다. 보기엔 5시간만 일하는 것 같지만 김밥을 마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건강 문제도 있고 힘에 부치다보니 조금씩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손님이 찾는 게 부담스러워 가게에 대한 홍보 등의 지원은 매번 거절하고 있다. 그저 가장 저렴하면서 맛있는 김밥을 내어주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건강이 버텨줄 때까지, 딱 100세까지만 가게를 운영하자고 자주 되내인다. 물가도 오르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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